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7995363
· 쪽수 : 422쪽
책 소개
목차
충무로, The End Of The World
응암오거리, 벌꿀호프
홍제동, 아침이슬
춘천, 소양강댐
경복궁, 지갑 속 사진 두 장
대천, 1박 2일
공주, 훈련소 가는 길
대전, 눈 내리고 또 내리고
도서관, 4층 작은 섬
다시 군대, 밀크초콜릿
이태원, 다른 여자
홍은동, 부치지 못한 편지
명동성당,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월미도, 미래도 기약도 너무 먼
안녕, 두 번의 인사
고작 3개월
괜찮아, 하지만 괜찮아
을지로, 명보극장
남부터미널, 양자강
강남역, 서린모텔
사당동, 포장마차촌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게 뭐람. 어째서 이런 일이 내게. 엄청나게 예쁘거나 귀엽다고는 말하기 힘든 얼굴. 그럼에도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존재했으며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몇 십 년 이상 존재하리라는 사실이 지극히도 감동적이었어요. 맙소사, 도대체 이게 뭐냐고.
“아, 다행이네. 그래요 또 봐요.”
“언제요.”
“……음?”
“언제 또 보냐고요.”
90학번 1학년. 열아홉 살.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세상모르는 내게도 90년대는 80년대와 달랐습니다. 무엇을 하건 어정쩡하고 무엇을 꿈꾸건 너절했으니 그것이 90년대. 80년대가 격렬했다면 90년대는 야비했습니다. 80년대가 야생마 같았다면 90년대는 뒷골목의 고양이 같았습니다.
세상은 변했지만 변한 게 없었어요. 앞과 뒤가 달랐지만 안과 밖은 여전하니 다만 너절하고 너
절 했어요. 학교 또한 그러했죠. 수업보다 많은 게 집회요 강의보다 몇 배는 친숙한 확성기 구 호. 대학은 휴업을 선언하고 총학생회는 휴업 거부투쟁을 선언하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의 반 타의 반 ‘가투’에 참가한 게 대략 여덟 번? 선두의 선배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보도블록 조각
을 던지고 철봉을 휘두를 때, 뒤에서 우왕좌왕 숨이 컥 막히는 지랄탄에 눈물 콧물 쏟아내던 게 전부였지요.
“그런데 골목길 거기까지 가서, 막상 너랑 헤어지려는데, 또 뽀뽀하고 싶잖아. 그래서 했어. 하고 싶어서 했다고. 계속말해?”
“……알아서 해.”
“그거 말고 다른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난 정말 할 말 없다. 그보다 확실한 이유가 어디 있어. 뽀뽀하기 싫어서 뽀뽀한 것도 아닌데. 좋아서 한 뽀뽀를, 그게 왜 좋은지, 세상에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잘났어 정말. 하고 싶으면 하는 거야? 너 좋으면 막 해도 되는 거야”
“막 한 적 없어.”
“애걔.”
“내가 막 뽀뽀했어? 싫다고 하는데 강제로 붙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