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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98020026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남자는 팔을 뻗어 테이블 위에 손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의 귓가를 울리던 강물 소리가 더욱 크고 또렷해졌다. 그리고 물살을 헤쳐 오르던 연어 떼의 모습도 그의 마음에 떠올랐다. 수백 년 동안 알을 낳을 계절이 오면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그 물길을 지나던, 연어들의 질기고 간절한 몸짓이 남자의 온몸으로 전해졌다. 그 생명들의 젖은 몸통 위로 햇살이 가득 내리쬘 때 눈부시게 반짝이던 빛깔들도 떠올랐다.
남자는 연어 떼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강물의 소리를 들은 적도 없었다. 그 숲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그곳, 그 생명들을 느끼고 있었다.
G는 언제나처럼 초연한 얼굴이었다. 그가 후계자가 되고 7년이 되던 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연이어 터졌다. 하지만 십수억 명이 죽어나간 상황에서 세계 는 놀랍도록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라면, G와 같이 할 수 있었을까?'
J는 생각했다.
그때, 노인이 또 다른 생각을 꺼냈다.
'무인도의 딜레마! 가이라면 이걸 풀 수 있을까?'
페기가 생각한 그 문제는, 탈출할 길 없는 무인도에 갇힌 사람들에게 닥칠 수 있는 갈등에 관한 것이었다. 무인도에 백 명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중 한 사람이 전염병에 걸린 상황이다. 그 병은 치료할 방법이 전혀 없으며, 걸리면 반드시 죽는다. 그리고 쉽게 전염되는 병이다. 그들이 갇힌 섬은 병에 걸리지 않은 99명이 전염병자를 피해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지도 않다. 그런데 자신에게 그 섬의 운명을 결정할 힘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이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병에 걸리지 않은 99명의 안전을 위해서는 환자를 죽여야 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선택에는 한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 있느냐는 도덕적인 갈등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전염병 환자 한 사람을 살려두기 위해 99명의 위험을 빤히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이가 말한 것처럼 이 세상에 진실이라는 것이 정말 있다면... 모든 조건과 상황을 초월한 진실이 정말 있다면, 그 진실로는 어떤 갈등과 문제도 막힘없이 풀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