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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98259013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12-11-15
책 소개
목차
이 책에 대하여 : 해탈의 미소를 보여주소서
1 곶 됴코 여름 하나니
팔베개/ 앞발과 손/ 토란꽃/ 자식놈은 하나도 믿을 게 못 돼/ 잃어버린 아들의 마음/ FIREWALL/ 부부 호칭/ 두루내記/ 자네: 다시 들을까 겁나는 말/ 석죽화가 주고 간 다홍색/ 국화꽃 짙게 피는 맑은 가을을 기다리며/ 타령: 만인이 즐겨 부르는 노래/ 무위의 인생/ 내가 못 말려/ 말밥/ 2가구 1주택/ 사오정 팔자/ 장미의 꿈/ 추억도 개발되는가/ 자유/ 책생유전/ 詩 이해 설명서/ 닳고 닳아버린 어머니 인생
2 붉은 찔레꽃 고향
추석날 아침 해장술/ 늙은 제자의 참회/ 늙은 아내도 몰러!/ 찔레맛의 추억/ 頭껑/ 신양반전 1/ 신양반전 2/ 객설이 타령/ 고향의 두물머리
3 무등 타고 가는 길
젊은 세월/ 늙어서 나이 줄이는 법/ 케세라 세라/ 무등 타고 가고픈 길/ 수총에 나무를 심으며/ 별 욕심 없소이다/ 고뿔/ 떡국의 부작용/ 명줄/ 봄을 꺾으면서/ 겅궁으로 날아다니는 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화제(和劑)/ 3통2무/ 종착역/ 아직 전해지지 못한 해묵은 편지
4 외눈박이 세상구경
문향 찾아 남도 삼천리/ 다산초당을 찾아서/ 꽃길 칠백 리/ 그 밤에 강 건너갔소/ 안동 한지공방을 찾아서
5 안동말도 통역이 되나요?
안동말/ 우케: 차리리 uke로 쓰셨다면/ 뒤죽박죽 자순을 바꾸어본 말/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낯설고 귀에 선 우리말
6 시詩렁
한 눈 팝니다/ 거미줄 사랑/ 빗물/ 달님/ 혼자 마시는 술/ 희한한 일/ 인생만사/ 월광(月光)에 묻다/ 다시 오는 봄/ 봄날의 동반(同伴)/ 사랑이 싹 트는 계절/ 그냥 살라 한다/ 미인도(美人圖)/ 지금, 밤이라면…/ 변상도(變相圖)/ 망구(望九)를 위한 모노로그/ ‘움직씨’로 쓰는 시/ 달처럼 살으렵니다/ 제4원소/ 아낙군수의 소원/ 가슴 안의 달/ 도무지 넷뿐/ 형상/ 버림받은 꽃/ 담쟁이의 소원/ 갈꽃의 탄식/ 세월의 모습/ 그리움의 부화를 기다리며/ 천년의 인연/ 고향 달을 마시며/ 5월의 비/불꽃이 꿈꾸는 천상의 하늘/ 슬픔의 역사/ 윷판 인생/ 갈라파고스 섬의 전설/ 추억을 짝 맞추다/ 구름은 삼남의 땅보다 무거웠다/ 세월/ 모를러라/ 산자수명/ 볼가심/ 봄비 겨울눈/ 몽촌(夢村) 사람 이야기/ 젖나무/ 달, 길을 잃다/ 여월(餘月)을 헤어본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네발짐승은 다른 짐승을 잡아먹기 위해 먼저 앞발로 공격해 쓰러뜨린 후?이빨로 먹잇감을 뜯어 먹는다. 그래서 오로지 앞발은 먹이를 낚아챌 때만 썼을 뿐이었다.
네발로 기어 다니던 짐승이 어느 날 호모사피엔스로 변신하여 곧추서서 두 발로 걷게 되자 덜렁거리며 휘젓고 걸어야 했던 앞발이 어쩌면 거추장스러웠으리라.
그 거추장스럽던 앞발이 차츰 눈을 뜨게 되었다. 먹이를 낚아챌 때 쓰던 앞발이?차츰 온갖 물건을 만드는 데 눈을 떴다. 그리고 그때부터 앞발이 손이 되었다. 결국에는 손이 온갖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사랑까지 더듬으며 어루만지게끔 되었다. 그것이 슬픈 역사의 시작이 되었다.
젊었을 적에는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한들 꿈 밖에서조차 나만은 절대로 늙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또 믿었던 것이 벌써 이순(耳順)을 넘어 내일 지나고 모레면 희수(稀壽). 그저 서글플 뿐이다.
이렇듯 번개보다 늙음이 빨리 다가올 줄이야 차마 젊어서 어찌 알았으랴. 오로지 나만은 만년토록 젊을 줄 알았는데 몇 번 꽃피고 낙엽 지는 동안 이렇게 늙어버리다니 그 숱한 세월 무얼하며 보냈던고….
아직 가을이 미적거리건만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어제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오더니 비 그친 뒤 길을 걷는다. 문득 발끝을 내려다보고 화들짝 놀랐다. 저세상이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발끝에 있어 놀랐다. 그곳에 가을도 있고 바람도 불고 어쩌면 사랑도 있을 법한 이 이승과 똑같은 세상이 비쳐 보였다. 그 순간 탄식이 나도 모르는 사이 터져 나왔다. 저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늙음이 겨울바람보다 빠르게 불어닥친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고 결단코 젊은 세월을 소홀히 하지 않으리라.
이 이승에서는 젊어서 몰랐다지만 저세상에 가게 되면 젊은 세월을 금조각보다 더욱 소중하게 아끼리라. 어리석은 바보짓 다시 하지 않으리라. 금덩이보다 더욱 소중하게 아끼리라. 젊은 세월을 아끼리라….
떠날 때, 굳이 꼭 속내를 다 털어놓으라 한다면 불효가 막심함이 비길 데 없으나 아부지의 무등을 타고 갔으면 싶다. 어릴 적 코흘리개 때 아부지의 무등을 타보았다. 그러나 그때는 그게 가마보다도 더한 호강이고 호사인 줄 모르고 높다랗게 올라타는 것이 무서웠고, 또 한편으로는 어린 마음에도 어른을 올라탄다는 것이 무척 불경스럽게 느껴져 싫다고 몸부림치면서 얼른 내려와 버렸다. 이제 그때의 무등을 다시 한 번 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머나먼 저 세상으로 갈 때 아부지께서 무등을 태워 데려가 주신다고 하면 그건 호강으로 태워주시는 게 아니라 그동안 숱하게 내리신 꾸중을 다 용서해주신다는 뜻이리라. 다시 호되게 꾸중을 받게 되더라도 한 번 더 졸라보고 싶다.
그리고 낙타가 되어 다시 돌아올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못다 갚은 현생의 죄업을 무슨 수로 감당하려고 다시 오랴. 그러니 어차피 간 길, 되돌아올 것 없이 그냥 거기서 주저앉고 말자. 그곳 또한 정 붙이면 여기만 못잖을 것일 테니 그냥 거기서 아부지 곁에 주저앉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