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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현대철학 일반
· ISBN : 9791143016065
· 쪽수 : 153쪽
· 출판일 : 2025-12-22
책 소개
니체와 프로이트를 해체하는 여성주의적 정신분석학
철학사에서 ‘여성’은 공포의 대상이자 남성이 규명해야 할 수수께끼였다. 정신분석학은 이 수수께끼를 진리로 간주해 미궁에 빠졌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진리는 없다. 사라 코프만은 프로이트와 니체를 비롯한 남성 사상가들을 해체적으로 독해하며 여성성을 남근중심적으로 해석해 온 철학 체계의 맹점과 약점을 드러낸다. 이로써 성의 이분법과 고정된 성차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신분석학 모델을 제시한다. 유연하고 유동적인 ‘위치 설정’, 그리고 경유하는 통로라는 의미에서의 운동을 가리키는 ‘경유하는 성차’를 통해 항상 다른 성별로서 글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이 책은 아직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코프만의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조망한다. 유대인이자 여성이라는 중층적 타자성이 코프만의 학문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변적 지식과 권력을 넘어서는 ‘아우슈비츠 이후의 말하기’란 무엇인지, 코프만이 삶과 텍스트가 분리되지 않는 자전적 전기에서 어떤 문제를 탐구했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아울러 프로이트를 경유해 제시한 새로운 진리 개념과 니체에게서 찾은 은유와 개념의 관계, 성차와 양성성에 대한 독창적 해석을 톺아볼 수 있다. 방대하고 풍성한 코프만의 사유에서 여성주의적 정신분석학의 단초를 발견해 보자.
사라 코프만(Sarah Kofman, 1934∼1994)
니체와 프로이트 전문가이자 그들을 비롯한 여러 사상가들의 작품을 해체주의적으로 재해석한 프랑스의 여성철학자, 자전적 전기 작가다. 1970년부터 파리1대학에서 강사로 재직했으며, 1991년 같은 대학에서 철학과 정교수가 되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로서 자신의 체험 속에서 항상 의식적으로 견지한 유대인성과 여성성은 프로이트와 니체 연구의 밑바탕이 되었고, 삶과 텍스트가 분리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철학적 글쓰기인 자전적 전기의 자양분이 되었다. 프로이트와 니체에 관한 주요 작품으로는 ≪예술의 유년기≫(1970), ≪니체와 은유≫(1972), ≪여성의 수수께끼≫(1980) 등이 있다. 자전적 전기의 대표작으로는 ≪숨 막히게 하는 말들≫(1987), ≪오르드네가, 라바가≫(1994)가 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의 관심을 받은 ≪여성의 수수께끼≫는 프로이트의 여성성 해석을 넘어 새로운 관점에서 여성성과 성차를 다루며 여성주의적 정신분석학의 한 가능성을 보여 준다.
목차
아우슈비츠 이후의 삶, 철학, 여성들
01 아우슈비츠 이후의 말하기
02 두 어머니
03 예술, 진리, 수수께끼
04 니체와 은유
05 은유의 망각
06 비극과 희극, 철학자의 웃음
07 여성의 수수께끼
08 나르시시즘 여성
09 여성성과 양성성
10 경유하는 성차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우슈비츠 이후의 글쓰기란 권력을 벗어난 글쓰기다. 그러한 글쓰기는 힘 있는 주권적 언어가 “절대적인 무력감, 비탄 그 자체를 지배하지 않고, 낮의 명쾌함과 행복 속에 그것을 가두지 않”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것,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밖에 없는 아포리아에 빠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글쓰기다. 즉 그것은 “전혀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돌아온 자들의 소망(그리고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이 마치 ‘끝없는 이야기’만이 끝없는 결여의 척도가 될 수 있는 양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 사이의 모순과 딜레마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글쓰기다.
_“01 아우슈비츠 이후의 말하기” 중에서
≪오르드네가, 라바가≫에서는 두 명의 어머니, 즉 코프만을 고통스럽게 하는 유대인 친어머니와 코프만이 사랑하는 프랑스인 양어머니 사이의 모순된 명령과 금지가 나타난다. 그 결과 어린 코프만은 “유대 여성이어야 함과 유대 여성이어서는 안 됨, 먹어야 함과 먹어서는 안 됨, 사랑해야 함과 사랑해서는 안 됨 사이에서”, 자신이 성장한 ‘오르드네가’ 그리고 메메와 함께 살았던 ‘라바가’ 사이에서 일종의 이중구속 상황에 놓였다. 코프만이 평생에 걸쳐 정신분석학적 연구에 천착한 것도 자신의 삶이 혼자서는 결코 풀어낼 수 없는 영원한 이중구속 상황과 뒤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_“02 두 어머니” 중에서
그러나 의식적 활동으로 여겨지는 개념은 그 자체가 은유적 활동의 산물임에도 은유적 활동을 본질적인 일반성에 기초하고 일반화 과정에서 은유적 특성을 은폐함으로써 은유의 망각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코프만은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려 개념이 은유의 망각에서 특권적인 역할, 즉 “이차적 억압을 유지하는 반집중적인 힘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개념은 “모든 인식과 모든 활동의 근원인 은유적 활동을 삭제하고, 이후에 이차적 합리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본다. 개념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이 가장 시원적인 은유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세계 전체를 잘 정돈된 논리적 항목으로 배열한다.
_“05 은유의 망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