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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8630379
· 쪽수 : 407쪽
· 출판일 : 2013-11-08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를 좋은 곳에서, 예쁜 집에서 살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느닷없이 그를 지배했다.
현에게서 아이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우진은 일부러 잊고 살려고 애쓰던 과거가 자꾸 떠올랐다. 별로 연관성도 없는 얘기였지만, 아이를 포기하지 않은 그녀가 특별하고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이를 낳기까지 또, 낳은 후 혼자 겪었을 그녀의 두려움과 고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차갑게 굳어 있던 심장에 피가 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눈물을 보자 그녀가 백 마디를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 버렸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녀만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슬픔, 죄책감,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감 같은 온갖 감정이 뒤섞인 혼란이 고스란히 그에게 전달돼서 그의 딱딱한 심장에 균열이 오는 듯 아파 왔다. 그저 마주 보고 있었을 뿐인데 그는 그녀와 영혼으로 교감한 느낌을 받았다.
여 전사처럼 당당했지만, 속은 두려움에 떠는 여린 소녀가 그의 내부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그는 똑똑히 느꼈다. 그녀를 웃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밝게 웃으면 왠지 자신도 그녀를 따라 웃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고마워요. 내가 잘할게요.”
“아무도 모르게요.”
그녀가 다시 반복했으므로 그는 그녀를 품에서 떼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근데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왜 숨겨야 해요?”
그녀가 말한 조건을 이제야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주위 사람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주위 사람 누구요? 어머니? 우리 가족? 우리 가족은 서로의 연애사에 간섭할 만큼 친하지 않아요. 서로 각자 알아서 잘 살면 됩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어쨌든 그렇게 해 주세요.”
“그래, 언제까지 그래야 해요?”
“우리가 헤어질 때 까지요.”
현의 말에 우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듣기만 해도 식은땀 나요. 앞으로는 그런 말은 하지 맙시다.”
그는 망가지기 쉬운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내 무엇이 이 남자를 이렇게 애타게 하였을까, 현은 문득 궁금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더 믿겨 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랑의 유통기한은 도대체 언제까지일까 그것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