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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8791506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6-03-31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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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누구?” 나는 부드럽게 물었다.
“제 친아빠요! 그러니까 생부 말이에요.” 눈 사이 깊은 고랑이 색조 띤 안경유리 사이를 갈랐다. “아저씨가 저기 문밖 간판에 쓰여 있는 앨버트 샘슨 탐정님 맞으시죠?”
그녀의 추정이 맞긴 했지만 딱히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앨버트 샘슨, 아빠 찾기 전문 명탐정이라? 나는 그녀를 타일렀다.
“내가 앨버트 샘슨이 맞긴 하죠. 그렇지만 아가씨 아빠는 집에서, 엄마가 찾아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침대에서? 블라인드를 내리고?
“아뇨.”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그럴 수 없으니까 여기 왔죠. 제 일 맡아 주시겠어요? 제 친아빠 찾는 일을 하실 수 있나요?”
의자 위 먼지를 몸으로 닦아내려는 듯 그녀는 열렬히 앞으로 당겨 앉았다. 머릿속도 마치 말타기 경주라도 하듯 나보다 훨씬 빨리 앞서 나가고 있었다. 한 스무 살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 절제력으로 보아―혹은 절제력의 부족으로 보아―그보다 더 어린 것 같기도 했다.
정문엔 걸쇠가 걸려 있었다. 문 하나에 걸쇠가 두 개. 이 인간은 잠그는 걸 참 좋아한다. 전기선이나 다른 위험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빨리 나가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걸쇠를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계단 맨 위에서 잠시 하늘을 보았다. 깨끗한 가을밤이었다. 아직 이마에 맺혀 있는 땀 때문에 공기가 차가웠다.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 개운했다. 상쾌했다. 나의 솜씨가 마음에 들었다.
아무도 보이진 않았지만 우아한 마무리를 위해 나는 문단속을 하는 척 문을 향해 돌아섰다.
갑자기 빛이 나를 감쌌다.
몸이 얼어붙었다. 빛은 나에게 머물렀다. 반응하자! 빨리 생각해!
“찰리?” 나는 물으며 돌아섰다. 태연자약하게.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감추며.
“아뇨.” 목소리가 대답했다. “에디입니다.”
“아, 그래요, 굿나잇.” 나는 대답하고 빛을 향해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내게 머물던 빛은 아래로 떨어졌고, 내 앞의 인도를 비추었다.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목소리가 말했다. 나이 든 목소리였다. 그냥 나이 든 목소리가 아니라 나이 든 경비원의 목소리였다.
그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