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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8934026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노인과 바다
옮긴이의 글
어니스트 헤밍웨이 연보
책속에서
노인은 이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소년 시절에 가본 아프리카의 꿈을 꾸었다. 길게 펼쳐진 금빛 해변과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백사장, 높이 솟은 곶, 커다란 갈색 산봉우리가 보였다. 노인은 요즘 매일 밤 이런 꿈을 꾸었다. 밀려드는 파도 소리를 들었고 원주민들의 배가 파도를 타고 해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갑판의 타르와 뱃밥 냄새를 맡았고, 아침이 되면 육지의 미풍이 실어온 아프리카의 냄새도 맡았다.
“다시 한 번 덤벼봐! 냄새를 좀 맡아보라니까. 구수하잖아? 어서 맛있게 먹어보라고. 다랑어도 있잖아. 살이 단단하고 차갑고 맛있는 다랑어야. 겁내지 말고 어서 먹어봐!”
노인은 엄지와 검지로 줄을 잡은 채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렸다. 그리고 미끼에 관심을 보인 고기가 헤엄쳐 오르내릴지 몰라서 다른 줄도 살펴보았다. 그때 또다시 미세하게 당기는 느낌이 전해졌다.
“결국은 미끼를 물게 될 거야.”
노인은 큰 소리로 외쳤다.
상어가 몸을 뒤집을 때 노인은 그 눈에서 이미 죽음의 빛을 보았다. 그러더니 그놈은 다시 한 번 몸을 뒤집고는 밧줄로 제 몸을 두 번 휘감았다. 노인은 상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상어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상어는 뒤집힌 채 꼬리로 물을 후려치고 턱을 철컥거리면서 마치 쾌속정처럼 빠르게 빠져나갔다. 다시 꼬리로 물을 치자 하얀 물방울이 튀었고 몸뚱이의 사 분의 삼이 물 밖으로 드러났다. 순간 작살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부르르 떨리더니 툭 끊어지고 말았다. 노인은 상어가 잠시 수면 위에 조용히 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더니 상어는 아주 느릿느릿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