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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03326890
· 쪽수 : 647쪽
책 소개
목차
명예의 전당 34
선택의 길 55
열광 85
면접 109
처음 가 본 영화관 141
믿을 놈 하나 없다 171
카리취의 질주! 212
탈로크의 갑옷 241
과거의 인연 267
기묘한 동행 299
그녀의 조각상 314
전의 359
불사의 군단 387
리치 샤이어 421
퀘스트 451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 488
세상 속으로 516
들어온 돈, 나가야 할 돈 533
죽음의 산행 564
영광의 홀 원정대 607
로디움 624
저자소개
책속에서
위드는 망연자실하게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을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예티의 흰 털옷을 입고 이 더운 날씨에 그대로!
그가 있는 광장 한복판은 유독 사람이 몰리는 곳이었다.
“…….”
위드는 하늘을 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절망과 탄식, 아픔, 좌절, 회한!
이런 감정들을 보여 주면서 그저 앉아 있었다.
쨍그랑!
“힘내세요.”
“조금만 더 지나면 좋은 날도 있겠지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삶이 그렇게 척박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 돈으로 옷이라도 좀… 그 털옷은 너무 더워 보이네요.”
위드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지나가던 여행객들은 그저 스스로 상상을 할 뿐이었다.
‘굉장히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인가 봐.’
‘어쩌면 저렇게 애절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을까.’
‘마음이 다 아프네.’
그리고 알아서 돈을 던져 주고 지나갔다.
마음으로 돈을 끌어들이는 경지!
“예. 그 덕분에 시청률이 꽤나 오르기도 했지요. 참, 로열 로드를 한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
이번의 침묵은 조금 더 길었다.
로열 로드가 열린 지도 2년 반 정도가 지나고 있었다. 현재 고수 층에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초창기에 시작한 이들이다.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난이도 A급 퀘스트를 깰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단 말인가?’
‘1년 만에 레벨 300을 넘길 수 있는 게 어디 사람이야?’
강 부장이나 기획실 직원들이나, 이젠 이현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대단한 허풍쟁이로군.’
‘허세가 심한 녀석인 것 같아.’
‘나이가 어리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루에 꼬박 18시간에서 20시간씩 플레이를 했던 과거를 모르니 빚어지는 오해였다.
이현의 성장법은 정작 알고도 그대로 행하기가 쉽지 않다. 다소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레벨 대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보이도록 성장시키는 방법.
조각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거니와, 웬만한 인내력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다.
1달 내내 재봉만 하고, 1달 내내 대장일을 하고, 3달 동안 낚시를 한다.
번갈아 가면서 지루함을 참아 낼 수 있는 능력!
몬스터를 사냥할 때에도 쉬는 시간이 없다. 아니, 쉬는 시간에도 조각품을 깎는 작업을 한다. 이런 노가다 정신이 없고서야 불가능한 업적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고기를 뜯어 먹던 위드는 무심코 서윤을 보았다. 보리빵을 금방 먹고 혹시라도 이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살펴본 것이다.
협곡에는 위험한 예티들이 있는 만큼, 그리 마음이 맞지 않는 상대라도 여행 동무가 있는 편이 나으니까.
그런데 서윤은 물끄러미 위드를 보고 있었다. 정확히 그녀의 시선이 머무른 것은 고기였다.
향긋한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위드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는 예티의 고기!
“취익!”
위드는 곧바로 예티의 고기를 서윤에게 넘겨주었다.
법은 멀고 칼은 가깝다.
어차피 고기야 예티를 사냥하면 계속 얻을 수 있고, 나무를 때서 굽는 것이니 돈이 들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서윤은 식사 때마다 물끄러미 그를 보았고, 위드는 조용히 고기를 구웠다. 여행을 하는 동안 서윤의 전속 요리사가 된 것이다.
실로 간악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처럼 마른 오크까지 등쳐 먹으려고 하다니… 역시 살인자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