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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여왕 1~3 세트 - 전3권

돈의 여왕 1~3 세트 - 전3권

카루목 (지은이)
  |  
뮤즈(Muse)
2018-12-20
  |  
36,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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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여왕 1~3 세트 - 전3권

책 정보

· 제목 : 돈의 여왕 1~3 세트 - 전3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04918605
· 쪽수 : 1528쪽

목차

1권
0. 버림받은 사람들
1. 소설
2. 테일러
3. 악연
4. 영주
5. 준비
6. 오웬
7. 재회
8. 뒤틀림
9. 신부
10. 붉은 장미

2권
11. 아이리스
12. 거짓말
13. 그림자 기사단
14. 새로운 시작
15. 상단주
16. 기억과 저주

3권
17. 작센
18. 비밀
에필로그
외전

저자소개

카루목 (지은이)    정보 더보기
평범한 특별함을 노리는 글쟁이 [출간작] 루비아나 하얀 새의 여왕, 세스티아 손만 닿아도 [출간 예정작] 꼬셔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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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살인, 차원 이동, 빙의.
분명 단어도 존재하고 뜻도 명확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겪고 싶어 하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고. 분명 누군가는 일생에 하나만 겪어도 재수가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연화는 그 세 가지를 동시에 겪게 되었으니, 운수가 더럽게 없다고 해야 할 터였다.
사건의 시작은 사촌으로부터였다.
기업을 물려받을 수 있는 큰 자리를 놓고 연화와 사촌은 차례대로 홍 회장의 시험을 치렀다. 외부에서 보면 두 사람이 대등하게 으르렁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연화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었다. 코앞에 원하는 것이 놓여 있었다. 움켜쥐기 직전, 사촌인 홍진수는 연화를 죽였다. 아니, 죽이려 했다. 그래서 ‘홍연화’의 몸이 실제로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연화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대한민국이 없는 낯선 세계였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 재민이 직접 쓴 소설 속이었지만. 심지어 셀리나라는 캐릭터에 빙의한 상태였다. 셀리나는 주연도 조연도 아니었다. 대사 한 줄 나오지 않는 엑스트라였다. 홍연화보다 10살이나 어린 12살 소녀는, 여주인공 상단에서 일하는 짐꾼 노예였다. 사실 노예가 아니라 여주인공의 이복동생으로, 어머니는 몰라도 아버지는 상단주이자 남작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셀리나는 어릴 때부터 노예들이나 하는 일을 하면서 자랐다. 옳지 못한 처사였다. 그래도 잘 참고 견뎌냈으면 포상이 있어야 하는데, 셀리나의 삶은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카턴 상단은 이야기가 시작될 때, 근거지를 제국으로 옮긴다. 새 사업을 시작하고, 남주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제국과 왕국 사이에 있는 황무지를 건너야 했다. 셀리나는 황무지를 횡단하던 도중 카턴 상단이 버리는 아이였다. 이유라는 게 참 황당했다. 짐을 제대로 옮기지 못해서였다. 12살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마른 어린애에게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연화가 투덜거리는 것과 관계없이, 소설은 흐름대로 진행되었다. 상단이 거주지를 옮기기 위한 긴 행렬을 시작했고, 연화는 짐을 옮기다 넘어졌다. 엘렌이 아끼던 접시 몇 개가 깨졌다. 하지만 그건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 연화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노예들에겐 고의성이 있었겠지만.
“내 검이 너를 베지 않았음에 안도하거라. 네 피가 내 검에 묻는 게 싫었을 뿐이니.”
샤먼이 셀리나를 끄집어내 내동댕이쳤다. 연화는 허공에 붕 떴다가 곤두박질쳤다. 충격 때문인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샤먼은 경멸스러운 말들을 뱉기 위해 몸소 마차에서 내리는 수고까지 했다.
딱딱한 흙바닥에서 오는 냉기, 바닥에 엎어졌다는 충격,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다는 모멸감…… 모두 어린 셀리나에겐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연화에겐 아니었다. 어차피 이런 일이 일어날 거란 건 알고 있었으니까.
연화는 멍한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샤먼 뒤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엘렌이 있었다. 그 외에 사람들은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사태를 관망했다. 그들은 셀리나가 어떤 일을 당하건 관심이 없었다.
연화에겐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몸은 이름들을 기억했다. 연화는 낯선 기억들이 튀어나와 시야를 어지럽히는 게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샤먼은 그런 연화를 돌아보지 않았다.
“출발하라.”
매정한 말 한마디만 남겼을 뿐이었다. 이후 달그락달그락 마차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매캐한 연기가 지나갔다.
콜록 기침을 하면서 눈을 떴을 때, 연화는 황무지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연화는 천천히 일어섰다. 생각 정리는 이미 끝낸 상태였다. 앞으로 할 일은 명확했다. 홍연화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내는 것.
하지만 정확한 방법은 모른다. 방법을 찾는 방법은 더 모른다. 계획 자체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연화는 바닥에 쭈그려 앉아 손으로 글씨를 끼적여 보았다. 카턴 상단에 있을 때에는 수많은 노예들이 감시하듯 지켜보았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남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차분해질 수 있었다. 연화는 대강 항목을 적어보았다.

1.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2. 찾는 즉시 주저하지 않는다.

예상은 했지만, 글씨가 미안할 정도로 빈약한 항목이다. 그래도 생각을 이끌어내는 데엔 도움이 되었다.
골몰히 생각한 끝에 행선지 한 곳을 짚을 수 있었다.
“카로틴 제국. 수도. 모르트린.”
소설 속에서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이며, 발전된 문화와 지식이 있는 데다. 그곳이라면 방안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힘내자.”
이곳에서 기운 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건 사절이었다. 그럴 시간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다. 연화는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돌진하는 짐승을 향해 단검을 치켜들었다.
샤먼은 셀리나를 버리면서 소지품 압수 같은 짓은 안 했다. 덕분에 연화는 가진 것이 많았다.
단검에, 수통에,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보석들까지. 황무지에서 벗어난다면 살아남기 좋은 조건이다.
달려오던 짐승은 단검을 맞고 쿠엑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날래게 움직인 것과 달리, 쉬이 일어서진 않았다. 연화는 잠깐 동안 짐승을 쳐다봤다.
머리를 보면 곰인데, 몸체는 여우 같다. 잡종인가? 혼종인가? 잘 모르겠지만 실제 곰보다는 몸체가 작았다. 덕분에 셀리나의 몸으로도 사냥할 수 있었다.
“끼요오오오!”
기괴한 울음소리 끝에 짐승은 죽었다. 연화는 짐승을 쳐다보다 제 배를 감쌌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고되게 움직인 데다, 코앞에 먹을 수 있는 것이 보이자 허기가 일었다.
연화는 위험상황에 대비한 서바이벌 훈련도 받았다. 다행히 고기 손질하는 법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정형술자만큼 전문적이진 않았지만, 간단히는 가능했다.
“저녁밥…….”
연화는 꼴딱 침을 삼켰다. 카턴 상단에서는 주로 썩은 밀빵을 먹었다. 그곳에서 벗어나자마자 고기라. 어쩐지 셀리나로서의 인생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연화는 마차 자국을 따라 걸었다. 카턴 상단이 남기고 간 흔적이었다. 연화는 황무지를 나가는 길을 모르지만, 카턴 상단은 알고 있을 터였다. 연화는 마차 자국을 길잡이로 잡고 걸었다.
그러나 마차 자국은 영원하지 않았다. 황무지를 배회한 지 사흘쯤 되었을까, 온종일 내린 비는 마차 자국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별수 없었다. 연화는 이쪽이겠거니 싶은 방향을 짚어 무작정 걸었고, 그러다 사람을 만났다.
“……!”
처음에는 황야에 버려진 시체인 줄 알았다. 가만히 누워 미동도 않고 있었기에. 하지만 분명 꿈틀거렸고, 반응이 있었다. 이틀 만에 처음으로 보게 된 사람을 외면할 순 없었다. 연화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남자 옆에 꽂힌 검을 경계하듯 바라보면서 남자 앞으로 고개를 숙였다. 가까이 가서야 얕게 오르내리는 가슴께가 보였다.
틀림없이, 남자는 살아 있었다.
건드릴까. 말을 걸어볼까. 아니면 그냥 갈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연화가 건드리기 전 남자가 번뜩 눈을 떴으니까. 그는 몸을 반쯤 일으키고서 연화를 응시했다. 말은 하지 않았다. 혹시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가 싶어서 수통을 건넸다. 남자는 군말 없이 물을 받아 먹었고, 그 다음으로 내민 고기도 먹었다. 과연 셀리나보다 신장이 크다 싶었더니 그녀가 이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단번에 사라졌다.
하지만 아깝지 않았다. 황무지엔 짐승이 많았고, 멀지 않은 곳에 강이 있었다. 물이나 고기 둘 다 바로 구할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 몸을 많이 움직이긴 해야 했지만.
어쨌든 당장 저녁에 먹을 식량이 없어졌기에 구해야 했다. 연화는 남자를 살짝 쳐다봤다. 그는 자고 있었다. 황무지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잠에 들었는데 곧바로 악몽을 꾸는 듯했다. 저런 상태의 남자에게 같이 사냥을 가자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연화는 품 안의 단검을 확인한 뒤 돌아섰다.

연화는 잠든 남자를 두고 멀리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따라 사냥감이 잘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황무지를 좀 헤맨 끝에 이름 모를 짐승 하나를 사냥할 수 있었다. 셀리나 키만 한 짐승이라 제압하는 데에도, 끌고 오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남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진 뒤였다. 연화는 감으로 대충 걸었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는 피워놓았던 모닥불로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고기를 모닥불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이마에 맺힌 땀을 쓱 닦다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크게 뜨인 눈이 셀리나를 온전히 담았다. 혹시 기다렸나. 연화는 하하 웃었다.
“깨어 있었…….”
“떠난 줄 알았습니다.”
남자가 연화를 끌어안았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끌어안겨 보니 잔 근육이 잘 잡혀 있는 몸이었다. 이렇게 건장한 남자가 애처럼 매달리다니. 연화는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이 남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전 이 황량한 땅에 사람을 버려두고 갈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그 무슨 카턴 상단 같은 짓을.
장난스레 덧붙였지만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연화가 불편하다는 듯 몸을 비척거리자, 그제야 남자는 팔에 힘을 뺐다. 두어 발 물러서자, 남자가 연화의 팔을 잡는다. 다급한 손길. 연화는 킥킥 웃었다.
“많이 무서웠나 보네요.”
무서운 악몽을 꾸고 일어난 어린애 같다는 뜻이었는데. 남자는 쉬이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장난스레 넘어갈 수는 없나 보다. 연화는 어깨를 으쓱였다. 짧은 시간 겪었지만 남자가 어떤 상태인지는 잘 알았다. 작은 소리만 들어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고, 연화와 조금만 거리가 떨어져도 기겁하면서 후다닥 달려온다. 전형적인 불안 증세. 뭔가의 후유증 때문에 생긴 것이겠지. 이 남자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는 알고 있었다.
연화는 남자의 손등 위를 토닥였다. 사실은 등을 두드려 주고 싶었지만, 그의 키가 커서 거기까지는 손이 닿지 않았다.
“알았어요. 안 떠나요.”
그러자 거짓말처럼 손이 떨어졌다. 연화는 피식 웃곤 단검을 꺼내 자리를 잡았다.
좀 늦은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

남자가 제대로 정신을 차린 건 닷새가 더 흘러서였다. 그는 연화가 어디를 가든 따라왔다. 제 입으로 말하길 이제 회복이 다 되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연화는 그것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불안 증세의 흔적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도 아닌 사람의 약점을 찌르는 건 몰상식한 짓이기에, 연화는 모른 척했다.
사실 남자가 움직여 주는 쪽이 편했다. 남자는 유용한 인력이었다. 연화가 무엇이든 한 마리를 잡을 때, 그는 두어 마리를 잡았다. 키가 커서 나뭇가지도 잘 꺾어왔고, 고기 손질하는 법도 가르쳐 주자 곧잘 했다.
그가 없으면 연화 쪽이 되레 아쉬울 판이었다. 그런데 이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손을 내민 건 이 남자 쪽이었다.
“따르고 싶습니다.”
“황무지까지 말이죠? 뭐어, 황무지가 좀 위험하긴 하죠.”
“아니요. 새 주인으로서 따르겠다는 겁니다.”
남자의 결연한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연화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저와 이 남자의 관계는 불과 이틀 전에 생성됐다. 그전에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만난 지 이틀 된 아이에게 제 몸을 바치겠다고 이리 너덜너덜하게 구는 것이다.
다행히 연화에겐 이 남자를 거절할 수 있는 구실이 있었다. 같이 있던 이틀 동안, 남자는 자신의 정보를 내주었다.
“당신에겐 주군이 있었다면서요.”
“주군께선 제가 죽길 바라셨습니다. 주군께 돌아가 봤자…… 환영받지 못할 겁니다.”
남자가 씁쓸함을 감추며 고개를 숙였다.
까만 머리칼이 남자의 고갯짓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새카만 것이 자르르 윤기가 흘렀다.
‘남자 머리털도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연화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흠칫했다. 지금 이런 걸 만질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퍼뜩 손을 내리면서 정색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샐쭉한 목소리를 냈다.
“저도 갈 곳이 있는 건 아닌데요.”
“상관없습니다.”
남자가 시선을 들어 파란 눈을 맞춰왔다.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연화는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빙긋 웃었다.
“전 누군가의 모심을 받을 만큼 지체 높은 몸이 아니에요.”
“상인의 여식이란 말은 몇 번이고 하셨지요.”
“이제 그것도 아니죠. 버림받았으니까.”
“사생아가 어디 한둘입니까. 개의치 않습니다.”
어떤 말로도 이 남자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확고했다.
푸우.
연화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대관절 왜 이 사달이 난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왜 나 따위를 모시겠다는 건지…….”
“저는 갈 곳이 없습니다.”
남자의 눈이 축 가라앉았다. 악몽을 꾸고 난 뒤 일어난 남자의 눈 같았다. 연화는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서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습니다.”
그건 정신을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가 아닐까. 연화는 목 끝까지 올라오려는 말을 삼켰다. 사실 남자가 함께 가는 걸 막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유용한 일꾼이 또 어디 있다고.
“알아서 해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허락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의 무시인 건데도 좋다고 헤벌쭉한다. 연화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심지어 무보수 일꾼으로 데리고 다닌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기사의 맹세라는 건 원래 먹을 걸 준 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바치는 건가요? 그 정도로 쉽고 가벼운가요?”
“주군은 부하의 의식주를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머나. 그럼 사람 완전 잘못 보셨는데요. 이제 전 흔한 육포 하나 가지지 못한 몸이 되어서요.”
연화는 히죽 웃으며 돌아섰다. 포인트로 어깨도 살짝 으쓱여 줬다.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먹을 게 없었다. 그의 식사량은 엄청나서, 연화가 일주일 동안 먹으리라 생각했던 식량이 이틀 만에 떨어진 것은 물론 사냥하는 족족 다 먹어 치웠다.
고기를 얻으려면 사냥을 해야 하고, 식수를 얻으려면 물을 떠야 한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는 법칙은 너무나도 잔인한 방식으로 적용되었다.
하루살이 사냥꾼의 인생이 이렇겠지. 비참하고 힘들지만 버틸 수 있었다. 연화는 원래 혼자가 익숙한 사람이고, 혼자서 못 해낸 일은 없었다.
“좌우지간, 저는 당신의 지킴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어제.”
연화가 서너 걸음 옮기자, 남자가 붙들었다.
“당신은 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그건…….”
절박한 목소리에 연화는 저도 모르게 우뚝 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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