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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무협소설 > 한국 무협소설
· ISBN : 9791104921186
· 쪽수 : 290쪽
· 출판일 : 2020-01-23
목차
제94장 동상이몽(同床異夢)
제95장 폭풍(暴風)처럼
제96장 악몽(惡夢)
제97장 몰락(沒落)
제98장 금선탈각(金蟬脫殼)은 시작되고
제99장 사면초가(四面楚歌)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을 뜨기도 힘든 비바람이 몰아치고 집채만 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거친 바다.
일엽편주(一葉片舟: 나뭇잎처럼 작은 조각배)가 생존을 위해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파도가 한번 덮칠 때마다 선체가 바닷물에 잠기며 침몰의 위기를 겪고 파도에 휩쓸린 채 수십여 장을 끌려가는 것도 예사였다.
돛이라 예상되는 것은 이미 부러져 흔적만 남았고 선체 곳곳도 부서져 사실 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한 사람 때문이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있는 청년.
나이는 대략 스물 전후로 보였다.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 단단한 팔다리가 인상적인 청년은 먼 길을 떠나온 것인지 제법 큰 봇짐을 등에 메고 한 자루의 노를 사방으로 휘돌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었다.
“덤벼! 다 덤벼!”
휘두르는 노가 집채만 한 파도를 후려쳤다.
하얀 포말과 함께 흩어지는 파도.
배를 덮쳐오는 파도가 노와 부딪치며 흩어지는 광경은 실로 믿기 힘든 장관이었다.
하지만 배를 위협하는 파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또한 청년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곤 해도 모든 파도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다.
파도에 배가 뒤집힐 뻔한 위기는 수도 없었고 그때마다 청년은 날듯이 몸의 위치를 이동하며 천근추를 시전했다. 배를 뒤집으려는 파도의 힘을 억지로 찍어 누르고 장력을 날리며 배를 위험 속에서 구해냈다.
대자연과 인간의 싸움.
어쩌면 부질없는 발악일 수도 있었으나 청년은 그 부질없는 발악을 꼬박 하루 동안 계속해 오고 있었다.
“알아? 이렇게 뒈질 거였으면 섬에서 나오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그만 덤비고 제발 좀 꺼지라고!”
파도를 후려치는 노의 움직임엔 거침이 없었다.
오랫동안 파도와 싸웠으면서도 아직도 힘이 넘치는 모습이 었다.
그런 노력과 끈기, 자신감의 결과인지 끝이 보이지 않던 폭풍우가 조금씩 사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파도는 여전히 거셌지만 비바람은 눈에 띄게 약화된 것이다.
“고작 이 정도냐? 이 정도에 나를 쓰러뜨릴 수 있…….”
악을 써대던 청년이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도가 유난히 약해진 것이 영 수상했다.
폭풍우의 끝이 보이는 것 같기는 해도 이렇게 급작스럽게 사라질 리가 없었다.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림잡아 이십여 장 앞에서 마치 거대한 산처럼 우뚝 솟은 파도가 그를 향해 밀려오는 중이었다.
“지랄!”
노로 어쩌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청년이 노를 집어던지고 순식간에 코앞까지 이른 파도를 똑바로 노려보며 소리쳤다.
“아, 씨팔! 이건 아니잖아!”
청년의 절망 섞인 욕설은 그를 덮친 거대한 파도에 조용히 묻히고 말았다.
- 본문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