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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

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

(홍지호의 6월)

홍지호 (지은이)
난다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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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 (홍지호의 6월)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24065532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6-06-01

책 소개

2026년의 여섯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6월의 책은 2015년 『문학동네』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홍지호의 첫 산문집 『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이다. “끝내 완전히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며 어긋난 응답과 뒤늦은 회신을 시로써 기록”(소유정)해온 그가 시와 축시, 산문과 짧은 이야기 등으로 6월 한 달을 엮어냈다.
• 편집자의 책소개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여섯번째 이야기!

시인 홍지호가 매일매일 그러모은
6월의, 6월에 의한, 6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여름 자신 없었는데. 버거웠는데.
비로소 한발짝 떼어봅니다.
흘러넘치는 6월의 초록을 훔치며
저도 이제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2026년의 여섯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6월의 책은 2015년 『문학동네』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홍지호의 첫 산문집 『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이다. “끝내 완전히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며 어긋난 응답과 뒤늦은 회신을 시로써 기록”(소유정)해온 그가 시와 축시, 산문과 짧은 이야기 등으로 6월 한 달을 엮어냈다. 더위에 약한 시인에게 여름은 유독 힘든 계절. 여름 정말 자신 없는데…… 도망쳐보려 했지만 아랑곳없이 날은 점점 따뜻해졌고, 다가오는 여름과 풍성해지는 나무의 따뜻한 포옹은 차츰 시인의 외투를 벗기고 있었다. 겨울을 견뎌온 나무들이 꽃을 암시로 삼다가 분주해지는 6월, 조치원에 복숭아를 직영으로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리기 시작하면 여름이 시작됨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은 조치원에서 할머니와 지내며 복숭아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복숭아처럼 무를 때는 무르게, 단단할 때는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길 곱씹으며. 할머니처럼 복숭아를 원 없이 먹여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걸 맘껏 주고 싶어서 복숭아가 열리는 계절 앞에서 신나기도 하지만 눈물도 흐르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복숭아를 떠올리며, 아낌없이 내어주는 할머니의 ‘큰 손’을 닮아가고 싶은 여름이다(「복숭아처럼」). 제때 베고 거두어야 할 것들을 미루거나 놓치지 않고, 절실하고 분주하게 함께 슬퍼하고 멈추어 서야 하는 여름(「망종」), 6월이 찾아왔다.
“6월은 아직 여름이라고 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친구의 말에 시인은 여름을 준비하는 마음을 써보자 다짐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천장에서 비가 새지 않도록 옥상을 정비하며, 모르타르를 바르고 방수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 시기. 햇볕 아래에서 여름을 준비하며 어린 마음에 얼마나 불평하고 투정 부렸는지. 봄과 여름의 경계에 수습하지 못하고 흘리고 온 마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서성거리는 손목을 붙잡고 이제 가자고 말해주고 싶었다. 계절과 계절이 섞이고 낮과 밤이 섞이는 저녁의 노을 진 하늘 아래에서. “이 여름 자신 없었는데. 버거웠는데. 비로소 한발짝 떼어봅니다. 참고 참다가 흘리는 초록을 향해. 저는 이제 여름으로 갑니다.”(「흐르는 초록을 훔치며」)

밤은 조금 가능성 같고
아침은 조금 가망성 같고
나무는 안으로 자란다 성장은
확장이 아니라 수렴이다

삼 년 전 복싱 체육관에 등록한 건 시인에게 6월에 가장 잘한 일. 살아가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무더위와 모기, 땀이 범람하던 여름에, 이대로는 정말 죽겠다 싶어서. 살아야겠다는 발악이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체육관에 나가서 운동했으니 꾸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생활을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파도 줄넘기 뛰자, 아파도 스텝 뛰자. 걱정하지 말라고, 몸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관장님 말씀을 듣고선 통증을 끌어안으며 줄을 넘고 또 넘었다. 살아보자 중얼거리며 간신히 깨어난 소생의 달이었다(9일 산문). 그렇게 시인을 깨어나게 했던 여름. 그 여름이 다시 차오르고 있는데, 시인은 문득 작별 편지를 미리 적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 낮이 가장 길어지는 날이니 딱 한 해의 절반만큼 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반이라니, 산의 정상에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갈 채비를 해야 할까. 정상에서 등산과 하산은 잠깐 함께 머무른다. 그 순간 시인은, 온도를 잠시 나눈다. “일몰은 너의 뒷모습이군/생각하면서 혼자 웃는다(…) 일출은 나의 뒷모습이군/생각하면서 울기도 한다”(「출몰」). 낮과 밤이 길어지고 짧아지는 게 아니고 저녁과 새벽이 색을 계속 바꾸는 거라고, 낮과 밤의 국경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되는 거라고 여기며(「손을 잡고 내려가볼까요」).
비가 오고 있어서 그런지 개구리 우는 소리 가득하다(30일 산문). 그럴 때, 축축함과 고단함, 힘들어지면 무색해지는 마음을 함께 견뎠다. 비 오는 새벽은 아직 쌀쌀했고 캠핑장에서 담요를 가져오다가 크게 넘어졌고 아팠는데 충격으로 종아리 사이에 낀 슬리퍼를 보고 우리는 크게 웃었다. 비가 온 뒤로 우리는 함께 처음 웃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무색하게 내리던 마음들을 털어놓게 되었지(「두고 온 것들」). “장마를 허우적거리다가 흠뻑 젖은 사람이 들어온다/나의 침묵으로 뛰어들었나/오래오래 웅덩이가 되었나//어쨌거나//계절은 계속 모였다가 흩어지는 편이고/장마는 계속 끝나가는 중이다”(「장마」) 그런 여름, “흘리고 온 것 없어?” 시인은 혼잣말로 많이 물었다. 주로 무언가를 흘려 두고 왔을 때, 주머니를 아무리 뒤져도 마음이 만져지지 않을 때,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를 주머니 삼아 돌아가서 놓치고 흘리고 온 마음을 주워 담아보려고…… 그동안 썼던 시의 자리에 흘리고 온 미안한 마음과 귀엽지도 반갑지도 않은 못난 후회가 가득하다. 글썽글썽하다(「자꾸 흘리는 버릇」).

내가 몰고 온 먼지를 쓸다가 당신이
괜찮냐고 물어주었기 때문에
빛이 산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신을 떠다니는 먼지는 어떤 빛으로 볼 수 있나
당신의 모서리에 쌓인 먼지를 쓸다가

우주든 행성이든
우리 모양으로 접혀서 포개져 있다가
흩날리기로

빛을 받아 산란하기로 해
_6월 14일 축시 「우리는 우리의 모양으로 접혀서 포개져」 부분

• ‘시의적절’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열두 명의 시인이 릴레이로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전국 작은 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며, 하루 한 편의 글을 읽고 시를 심어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시의적절’은 어느덧 세 살을 맞았습니다.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는 보다 탄탄한 양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인들에게 여름은 어떤 뜨거움이고 겨울은 어떤 기꺼움일까요. 시인은 1월 1일을 어찌 다루고 시의 12월 31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하루도 빠짐없이, 맞춤하여 틀림없이, 매일매일을 시로 써가는 시인들의 일상을 엿봅니다.

시인들에게 저마다 꼭이고 딱인 ‘달’을 하나씩 맡아 자유로이 시 안팎을 놀아달라 부탁했습니다. 하루에 한 편의 글, 그러해서 달마다 서른 편이거나 서른한 편의 글이 쓰였습니다. 무엇보다 새로 쓴 시를 책의 기둥 삼았습니다. 더불어 시가 된 생각, 시로 만난 하루, 시를 향한 연서와 시와의 악전고투로 곁을 둘렀습니다. 요컨대 시집이면서 산문집이기도 합니다. 아무려나 분명한 것 하나, 시인에게 시 없는 하루는 없더라는 거지요.

올해 시의적절의 표지는 화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매일같이 뼈대를 곧추세우고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화가인 그의 그림은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처럼 느껴집니다. 매일을 사뿐히 걸어가는 시의적절과 결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겠죠. 화가 노석미의 그림은 ‘사귐’을 자아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그림을, 마침내 글과 그림을 사귀게 할 그가 열두 달 시의적절을 장식합니다.

한 편 한 편 당연 길지 않은 분량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에 한 편씩 가벼이 읽으면 딱이겠다 합니다. 열두 달 따라 읽으면 매일의 시가 책장 가득하겠습니다. 한 해가 시로 빼곡하겠습니다. 일력을 뜯듯 다이어리를 넘기듯 하루씩 읽어 흐르다보면 우리의 시계가 우리의 사계(四季)가 되어 있을 테지요. 그러니 언제 읽어도 좋은 책, 따라 읽으면 더 좋을 책!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기획입니다. 그 이름들 보노라면 달과 시인의 궁합 참으로 적절하다, 때(時)와 시(詩)의 만남 참말로 적절하다, 고개 끄덕이시리라 믿습니다. 1월 1일의 일기가, 5월 5일의 시가, 12월 25일의 메모가 아침이면 문 두드리고 밤이면 머리맡 지킬 예정입니다. 그리 보면 이 글들 다 한 통의 편지 아니려나 합니다. 매일매일 시가 보낸 편지 한 통, 내용은 분명 사랑일 테지요.

[ 2026 시의적절 라인업 ]
1월 한여진 / 2월 김상혁 / 3월 권민경 / 4월 김언 / 5월 남지은 / 6월 홍지호
7월 박상수 / 8월 김보나 / 9월 김이강 / 10월 신용목 / 11월 최지은 / 12월 최현우

* 사정상 필자가 바뀔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2026년 시의적절의 표지는 글과 그림을 다루는 작가 노석미와 함께합니다.

목차

작가의 말 ─ 흐르는 초록을 훔치며 7

6월 1일 시 ─ 당부 13
6월 2일 산문 ─ 돌 위에 돌을 얹는 일 19
6월 3일 산문 ─ 복숭아처럼 25
6월 4일 시 ─ 출몰 31
6월 5일 산문 ─ 새와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 35
6월 6일 단상 ─ 망종 39
6월 7일 시 ─ 나무는 자란다 43
6월 8일 산문 ─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세 번 말할 것이다 47
6월 9일 산문 ─ 두 사람 모두 맞지 않는 거리가 있다 53
6월 10일 시 ─ 우리는 포옹한 적 있다 59
6월 11일 산문 ─ 이 패를 드립니다 63
6월 12일 산문 ─ 마당에는 고양이가 산다 69
6월 13일 축시 ─ 오늘 당신 웃었으면 79
6월 14일 축시 ─ 우리는 우리의 모양으로 접혀서 포개져 83
6월 15일 산문 ─ 이번 여행 정말로 실패? 87
6월 16일 시 ─ 섬망 95
6월 17일 산문 ─ 믿거나 말거나 99
6월 18일 산문 ─ 좋은 꿈을 꾸었어 105
6월 19일 단상 ─ 우연한 슬픔 111
6월 20일 시 ─ 모르타르 115
6월 21일 단상 ─ 손을 잡고 내려가볼까요 119
6월 22일 산문 ─ 자기도 어리면서 123
6월 23일 시 ─ 장마 129
6월 24일 시 ─ 건조 133
6월 25일 산문 ─ 그럴걸 137
6월 26일 시 ─ 점 선 면 143
6월 27일 짧은 이야기 ─ 왈츠 147
6월 28일 산문 ─ 두고 온 것들 155
6월 29일 시 ─ 나의 죄 수습이 안 되네 159
6월 30일 반성문 ─ 자꾸 흘리는 버릇 163

저자소개

홍지호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5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 『아주 간단한 스위치』가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익숙한 카페에 앉아 간신히 풀린 위장이 언제 다시 꼬일지 긴장하며 원고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순간 맞은편 창에 희미하게 제 얼굴이 비쳤습니다. 매사에 자책하는 마음이 앞서는 저, 그때마다 꼬여버리는 몸을 어쩌지 못하는 저, 그런 저의 그늘진 얼굴에 왜 엄마와 아버지가 한데 들어 있던 것일까요.
_작가의 말 「흐르는 초록을 훔치며」 부분


기도하는 자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하는 기도와
그걸 옮겨주는 경적
눈이 내려
하얗게 쌓여
초콜릿 나눠 먹으며
여름을 향해
하얀 깃발에

이름들을 적어서

흔들었을 적에

하얗고 뿌연 꿈으로 뒤섞이는
장면을 목격한 적 있다
_6월 10일 「우리는 포옹한 적 있다」 부분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어떤 오해로부터 마음을 가늠할 수 있는지 배웠다. 호명되지 않는 생활과 마음에 어떤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는지 배웠다. (…) 선생님은 고개를 어떻게 넘어가야 하는지 고개 너머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먼저 묻는 사람. 생활이라는 숭고한 일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가르쳐준 사람.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자니 숭고해진다고, 그 얼굴을 사랑하지 않을 용기가 도무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_6월 11일 「이 패를 드립니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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