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581376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4-09-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에게로 올인
그날의 우리
사랑하는 동안에
연애라는 건
겨우, 아직, 이제. 그리고……
숨겨진 나날들
내일의 태양
빛났던 우리는
그대가 있는 풍경
사랑, 결국 이기적인
잭팟이 터지는 순간
에필로그
외전
작품을 쓰는 동안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런 의미로 나도 너한테 하나 물어볼까.”
“…….”
“네가 정서준을 사랑하는 동안…… 난 뭘 했을 것 같아?”
뜻밖의 질문이었다는 듯 희수의 동공이 커다래졌다. 잠시 스친 운경의 미소가 처연했다.
“나만 보게 하고 싶은 이기심. 14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곳에 있으면서도 그 애가 뭘 하는지, 뭘 먹는지, 누굴 만났는지, 그래서 여전히 행복한 건지 알아내야 하는 집요한 집착.”
번쩍 빛나는 운경의 눈동자에서 뜨거운 습기가 피어올랐다.
“한 번쯤은 연락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끝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 참아 내야 했던 미련과 자책감. 그리고 그 애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이해를 가장한 마음속 타협.”
3년 전 차희수가 기어이 해내고 말았던 정서준에 대한 고백, 그리고 거절의 순간. 그럼에도 끝까지 가겠다며 고집스럽게 빛내던 희수의 눈동자를 운경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우습게도 네가 했던 것들을 나도 그대로 했지.”
그렇게 네가 사랑을 시작할 때, 나 또한 그러했다고.
“차희수를 상대로.”
운경이 고백했다.
순간, 아무렇지 않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희수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자연스레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는 것처럼 그의 말을 흘려 넘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 순간만큼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어디선가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똑, 똑, 똑. 시간은 흐르는데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여 남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희수는 운경과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살며시 입술을 뗐다.
“차라리…….”
희수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입술 안쪽을 깨물어야 했다.
“복수가 낫겠군요.”
운경이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희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운경의 얼굴을 확인했다. 조금 전까지도 날카롭게 날이 섰던 눈동자에는 이제 어린아이와도 같은 천진난만함을 담아내고 있다. 세상만사 다 안다는 듯 얄밉게 굴었던 주제에 저런 얼굴을 하는 건 그야말로 반칙이었다!
“그렇지. 그게 네 취향일 것 같았다니까. 내가 괜히 그 무서운 단어를 내밀었을까.”
“더 이상 말장난하고 싶지 않아요.”
“마찬가지야.”
운경이 찻잔을 들어 홍차로 입안을 적셨다. 쌉싸래한 맛이 딱 지금 그의 마음 같았다.
“그런 의미로 좀 전에 하던 얘기 말인데, 개미가 주인공인.”
어차피 다 같을 수는 없는 노릇. 홍차에도 종류가 많은데 사람은 얼마나 더할까. 내가 얼 그레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너도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법.
“그 주인공 내가 하면 어때?”
그렇다면 내가 입맛을 바꾸는 수밖에.
“개미 말이야, 내가 한다고 그거.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그거.”
엄지로 아랫입술을 쓰윽 훑어 내린 운경이 한 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올라가 준다고, 내가 네 손바닥 위로.”
그러니까 마음껏 가지고 놀아 봐.
서로의 시선을 묶어 놓은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말을 들었는지를 무한히도 되새기고 있는 두 쌍의 눈동자가 서로를 향했다.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거미줄이 둘을 묶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농담이나 장난으로 치부하기에 지금의 침묵은 너무나 길고 또한 무거웠다.
느껴 보라고, 깨달으라고. 나는 절대 너에게 비켜설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 달라고.
운경은 희수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