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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라는 바람

그대라는 바람

이지아 (지은이)
  |  
로망띠끄
2018-03-06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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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라는 바람

책 정보

· 제목 : 그대라는 바람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5857570
· 쪽수 : 504쪽

책 소개

이지아 장편소설. 어디에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처럼 문득 왔다가 문득 떠나 버린 인연. 스치듯 지나간 하룻밤의 열정.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하늘에 별도 따줄 거 같아." "네가 원한다면 별도 달도 전부 따다 줄게." "당신이 원하는 건 뭔데요?"

목차

여는 이야기 7
로렐라이의 노래 9
입술을 줘 29
공감, 마음이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말 55
착하고 사랑스러운 구식 남자 73
지나치게 치명적인 94
너를 원해 110
해가 뜨지 않는 하룻밤 131
뜻밖의 이별 150
어떤 기다림 171
아주 가끔은 179
추억조차 되지 못한 기억 199
감정의 불완전 연소 220
거짓말 240
그나마 다행이다 262
그때 그날의 우리 281
여전한 떨림 298
Good night kiss 321
크리스마스에는 사랑을 336
사랑한다는 말 362
배덕의 경계 382
이유 모를 눈물이 흘러 403
또다시 사랑 424
그대와 함께하든 아니든 445
그 후의 이야기 461
Side-story, 하나. 선언 485
Side-story, 둘. 흔적 488
Side-story, 셋. 어느 저녁 492
Side-story, 넷. Wedding garter 496
Side-story, 다섯. Ich sah mama k?ssen Santa Claus 501

저자소개

이지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국제경제학을 공부하였으나 전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연애소설을 쓰면서 10년 넘게 글쟁이로 살고 있음 [출간작] 해어화 언터처블 1, 2 그대는 블루 허스키 블루 세상의 모든 아침 내 인생의 빛 미안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 대신 1, 2 그대를 원하다 랩소디 인 블루 사랑을 말하다 1, 2 Flying ER 1, 2 소금꽃 너는 사랑이다 1, 2 그대라는 바람 1, 2 마지막 비상구
펼치기

책속에서

채원은 거실 마룻바닥에 허물어지듯 절퍼덕 주저앉아 목을 놓아 울었다. 인생은 참으로 잔인무도하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끝내 울음을 터트린 와중에도 머릿속에서는 그때 그날 그 순간의 기억이 자동으로 재생되고 있다. 지워도, 지워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영영 벗어날 수 없는 지독한 형벌 같았다.
연말연시 흥겨운 분위기에 한껏 들떠 있던 인파, 휘황찬란한 불빛에 흠뻑 젖어 흥청이던 세밑 거리, 맵찬 겨울바람 속 안개처럼 자오록이 날아오르던 하얀 눈발, 칠흑 같은 밤하늘을 형형색색 화려하게 수놓던 불꽃. 프레디 머큐리의 감미로운 노랫소리와 입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열심히 박자를 헤아리면서 조심조심 밟아 나가던 자이브 스텝.
한낱 추억조차 되지 못한 채 흩어져 버린 기억임에도 5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온통 생생하기만 했다. 살갗 깊숙이 새겨 놓은 타투인 양 오롯이 선명했다. 그래서 더 비참했다. 무참한 눈물이 끝도 없이 여울져 흘렀다.
수찬이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채원의 어깨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악에 받친 채원은 포옹을 풀어내 버리려고 몸부림을 쳤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할퀴고 쥐어뜯었다. 수찬의 얼굴과 목덜미 등에 날카로운 손톱자국이 줄줄이 새겨졌다.
“놔! 이거 놔!”
“울려거든 나한테 안겨서 울어. 나는 이제 너 놓지 않을 거니까. 이대로 품에 안고서 오래오래 너랑 함께할 거니까.”
수찬이 되도 않을 소리를 되는 대로 지껄였다. 왁살스러운 힘까지 써가며 막무가내 바르작거리는 채원을 품 안으로 바투 끌어당겨 세차게 조여 안는다. 그 상태로 채원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쥔 주먹이 퍽 소리를 내면서 수찬의 가슴에 정통으로 날아가 꽂혔다.
“나쁜 자식!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네까짓 게 뭔데, 나를 다시 흔들어!”
폐부를 쥐어 짜내는 것과도 같은 악다구니가 서러운 울음소리와 뒤섞여 끊어졌다가 희미하게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멀쩡한 얼굴로, 태연한 표정으로……. 나는, 당신이 미워 죽겠는데……. 미치도록 미워서, 아주 죽겠는데…….”
채원은 뼈마디가 다 불거지도록 움켜쥔 주먹으로 수찬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함부로 내지르는 악다구니와 마구잡이로 날아드는 주먹질을 수찬은 묵묵히 앉아 고스란히 감내했다. 채원이 작정하고 체중을 실어 주먹을 휘두르는데도 철옹성처럼 굳건한 가슴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분풀이나 다름없는 채원의 주먹질은 한참이 지나서야 제풀에 지쳐 사그라졌다. 목을 놓아 울던 울음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때를 기다려 수찬은 채원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꼼꼼하게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다행이다. 내가 미워서. 아주 미워 죽겠어서. 미치도록 미워서.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너 만나러 오면서 뭐가 제일 두려웠는지 알아? 네가 다 잊었을까 봐.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나라는 놈 너한테 아무도 아니라고, 그런저런 말들을 듣게 될까 봐 무서웠어.”
“잊었어. 벌써 오래전에 까마득히 잊었다고.”
“하나도 안 잊었잖아. 전부 기억하고 있잖아.”
“그래서? 그깟 하룻밤 아무 일도 아닌데……. 진짜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다 잘못했어.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금방 다녀오겠다고 해 놓고 여태 너만 혼자 둬서 정말 미안해.”
수찬이 가만가만 속삭이며 용서를 빌었다. 채원은 핏물이 배어나도록 입술을 잇새에 깨물어 물었다. 늦어도 너무 늦어 버린 사과에 겨우 잦아들던 울음만 도로 솟구쳐 올랐다. 덧없다, 부질없다, 소용없다, 무성의하게 손사래를 쳤다.
“이제 와서……. 어쩌라고…….”
“나한테 기회를 한 번만 더 줘. 내가 아주 미워서 죽겠다는 네 그 마음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도록. 제발. 응?”


작은 머리를 갸우뚱거리는 담하에게 재빨리 다가온 여주댁의 얼굴에 미소가 함박이었다. 들뜬 기분을 감출 수 없어 자꾸만 들썩이는 어깨가 금방이라도 춤사위를 벌일 것 같았다.
“여주댁?”
“아가씨, 하늘이 도왔습니다. 아유, 세상에 이런 일이! 그 여우 족제비 같은 사또가 끌려갔답니다. 밤사이에 암행어사가 와서는 죄 끌어가는 것을 지금 보고 오는 길입니다.”
“뭐?”
“일이 잘되려니, 이렇게 줄줄이 잘됩니다. 아무래도 올해 운수가…….”
그저 운이 좋다며 덩실거리는 여주댁은 그저 이 상황이 기쁜 모양이었지만 그녀의 앞에서 담하는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었다. 사또가 끌려가? 왜?
“……운이 좋은 게 아니야!”
“예?”
운이 이렇게 잘 맞아떨어질 수는 없었다. 그 김수철이 비호하고 있는 여주 수령을? 이렇게 간단하게? 그럴 수는 없다. 하물며 암행어사라고?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불현듯 그 사람 신소명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아니 이건 보나마나, 십중팔구! 그 사람의 짓이었다.
“여주댁, 나 좀 나갔다 올게.”
“구경 가시게요? 늦었습니다. 이미 한양으로 출발했다니까요?”
소리치는 그녀를 뒤로하고 담하는 달렸다.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지,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할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지만 당장 소명을 만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쪽문을 넘고, 대문을 넘고, 눈에 익은 모퉁이를 몇 번이나 지났다. 매일 다녀 익숙한 길이 어디서 끝나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 집에서 멀어질수록 언제까지 달려야 닿을지 하는 조바심은 점점 더 강해졌다.
마주 불어오는 바람 속에 축축한 비 냄새가 났다. 곧 한바탕 쏟아 낼 것 같았다. 하지만 담하는 움직이는 다리를 세울 수가 없었다. 다다른 곳에 그가 없을까 봐, 그래서 쌓여 무거워진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할까 봐.
두어 명, 그녀를 알아본 행인들이 인사를 해와도 받는 둥, 마는 둥 기어이 몇 명은 그냥 스치며 달렸다. 얼마간을 달렸을까, 가쁜 숨이 턱에 닿을쯤, 또 한 명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고 물어 왔다.
“어딜 가십니까?”
부르는 목소리도 들었지만 마음이 급해 담하는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겨우 고개만 숙여 주고 재게 지나려는데 그녀의 속도 모르고 그 손이 덥석 팔을 잡았다.
“어딜 그리 급히 가시오? 대체 무슨 일인데?”
“놓으십시오. 제가 지금 좀…….”
“담하 낭자!”
반사적으로 뿌리치려던 담하는 그제야 그 목소리가 귀에 익다는 것을 알고 저항을 멈췄다. 바쁘게 숨을 쏟아 내느라 다물지 못한 입술을 열고 헐떡이는 그녀를 소명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제와 다르지 않고, 처음과도 다르지 않은, 거짓 없는 눈동자가 오늘도 그녀를 걱정했다.
“나리……십니까?”
“응? 거참 도통! 뜬금없다는 건 아시오? 얼굴을 보고 있잖소. 당연히 나요.”
“나리십니까? 나리께서 그러셨습니까?”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일단 진정은 한 것 같아 소명은 은연 중 너무 세게 잡은 담하의 팔을 놓아주었다. 아직도 꽤 거친 숨결이 그녀가 얼마나 달려왔는지를 알게 했다. 마음의 짐을 좀 덜어 주려고 다 처리하고 오는 길인데 또 무엇이 이 여인을 이리 다급하게 만들었을까?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여인이었다.
“무슨 일인데? 어딜 이렇게 달리는 겁니까?”
“관아의 사또가 한양으로 압송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맞는지요?”
“아아! 그거!”
“나리께서 하신 일입니까?”
소명은 먼 산을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꽤 진지한 담하의 얼굴을 보니 ‘그렇다!’ 그리 말하는 것이 어째 겸연쩍다 할까? 척병 든 놈처럼 실없어 보일까 싶기도 하고! 괜히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데 그녀가 거푸 물어 왔다.
“대답하시어요? 맞습니까?”
“하하 거참!”
“나리!”
“꼭 나라고 할 수는 없는데.”
사실이었다. 수령에게 죄를 물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병우가 한 일이지 그가 한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일순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실망감을 보니 그렇다고 할 걸 그랬나 싶은 후회가 슬쩍 스쳤다. 저 입술에서 하는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은 또 무엇인지.
“아……닙니까?”
“왜 내 짓이라고 여긴 거요?”
담하는 웃고 있는 소명을 고집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니라는데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달려오며 빨라졌던 고동은 가라앉았는데, 다른 울림은 점점 더 거세지기만 했다. 그는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거짓말에 서툰 눈이 그녀를 바로 보지 못하고 헛돌았다.
“하아!”
담하는 보란 듯 한숨을 쉬었다. 누구를 위한 거짓말인지 그 정도도 모르는 머저리는 아니었다. 그가 눈길을 돌릴수록, 자꾸만 싱겁게 웃을수록 확신은 강해졌다. 난데없이 나타난 이 사내가, 그가 나타나며 함께 불러온 일들이, 그녀가 버텨 온 지난 5년을 헛되지 않다고 말했다. 그를 믿어도 된다고.
“알 수 없는 분입니다. 정말.”
“내가 말이오? 나처럼 쉬운 사람은 없다 자부했는데, 하하!”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부끄러워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그럴 필요 없소. 그게 어쩌다 보니 그리된 것이라,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거든. 그런데 어찌 알았소?”
담하는 다시 한 번 큰 숨을 뱉어 냈다. 동시에 솔직한 이유도 함께 꺼내 놓았다.
“나리께서 고인 물을 흐르는 물이라 희망하게 하셨으니까. 그래서 제 마음이 나리를 부시(負恃)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 여기게 합니다. 제가, 제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녀의 질문은 제발 허락해 달라는 다급함처럼 들렸다. 뭐라 쉽게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누구의 믿음에 책임을 진다는 것! 어찌 생각하면 전하를 가까이 모시며 늘 해왔던 일인데 어째서 이렇게 어렵게 들리는 것인지.
단박에 답을 하지 못하고 소명이 머뭇거리는 사이.
콰르릉!
그녀의 진심에 불려 나오기라도 하듯 무거운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편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적셔 버린 빗속에서 먼저 정신을 차린 소명은 담하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잘 나 있는 길에서 조금 벗어난 커다란 나무 아래로 그녀를 밀어 넣고 소명은 급한 대로 소맷자락을 펴서 이미 젖은 그녀의 머리 위를 가렸다.
“다 젖었군. 괜찮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비에 젖어 떠는 것인지, 아니면 울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는 것인지, 와들와들 떨고 있는 작은 어깨가 안쓰러웠다. 저도 모르게 어깨에 손을 얹으니 마치 무너지는 것처럼 그녀는 그의 가슴팍에 이마를 기대 왔다.
“이런!”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참고 참다가 앓는 병은 더 오래, 더 뜨거운 열을 내고 아파야 낫는다. 의지가 되지 않는 사촌의 행패와, 그런 그녀를 노리던 김수철의 욕심 속에서 홀로 버틴 담하에게 이제야 나타난 소명은 의원과 같은 존재였다.
마음을 다해 앓고 싶어서 찾아다니던 아비는 흔적도 없고, 그것마저 놓으면 그땐 정말 그녀 혼자니까. 그래서 참고 참았을 것이었다. 참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너 번 얼굴을 본 사내의 품에서 울어 버릴 정도로, 병세가 위독했는데.
“걱정 말아요. 나는 절대 아무것도 못 들을 겁니다. 이런 빗속엔.”
그래서 소명은 확실히 들릴 만큼 또박또박 울어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가만히 담하의 등을 쓸어안았다. 빗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응어리진 울음소리가 곧장 터져 나왔다.
“어허어어엉!”
그녀의 머리 위로 낮은 한숨을 쉬며 소명은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깊숙이 곪은 상처가 한 번의 비로 씻어질 리는 없었다. 다만 조금 더 개갤 여력은 남게 할지 모른다.
비가 그려 내는 바람 길이 뜨뜻미지근하게 나무 주위를 돌았다. 빗줄기가 두꺼워질수록 선명하게 생기는 바람의 통로에 서서 소명은 당분간 비가 그치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홀로 버티며 드러낼 수 없는 반추를 거듭할 그녀를 위해서.
기꺼이 품을 내어 안아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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