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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6454273
· 쪽수 : 1208쪽
· 출판일 : 2020-12-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第 1 幕 ~ 第 68 幕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무에게도 이렇게 말한 적 없어서 두근거렸다. 쑥스럽기도 하고 덜덜 떨리듯 몸의 전율이 멎지 않았다. 절로 얼굴은 화끈거렸고 뺨 역시 붉게 달아올라 뜨거웠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기우가 건조한 눈길을 던져서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느 겨울날 밤이었어요. 엄마 심부름으로 오타루의 운하 길을 거슬러서 걸어가는데 주변이 온통 얼어붙어 있었어요. 눈이 많이 왔거든요. 춥고 발도 시렵고…… 그때 문득 앞으로 펼쳐질 내 삶의 길이 이리도 춥고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손을 호호 불면서.”
여전히 기우가 대답이 없는 가운데, 어쩌면 그녀의 말을 듣는지도 의아해지는 상황에서 세연은 피식 웃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조숙했죠? 엉뚱하기도 하고. 뭐 아직 어리지만…….”
“그래서? 오타루 얼어붙은 길을 계속 걸어갔어?”
갑자기 기우가 물었다.
기우가 말을 계속하라고 재촉하자 그녀는 다시금 생각에 잠겨 꿈을 꾸는 듯한 아련한 눈길로 턱을 괴고는 말을 이었다.
“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고 하늘을 봤는데…….”
세연은 천천히 말했다.
“아주 커다란 겨울 달이 떠 있었어요. 얼어붙은 것 같은, 하얗고 커다란 달. 그게 꼭 투명한 거울처럼 날 비추고 있는 것 같단 느낌이 들었어요. 아마 그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난 저 얼어붙은 커다란 달 아래 살아갈 거라고. 항상 춥고 헐벗은 채로 그럼에도 꿈꾸는 걸 멈출 수 없다고.”
서서히 세연의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희미한 물기를 머금고 촉촉해진 세연의 눈빛에 잠시 기우의 알 수 없는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나서 그는 정말로 궁금하다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도 살아가는 이유가 뭘까? 왜 인간은 춥고 얼어붙은 삶을 살아가는 거지?”
잠시 대답을 고민하던 세연은 천천히 대답했다.
“음, 그건……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까 살아가는 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해요.”
진지하게 대답하던 세연은 이윽고 짧게 웃으며 손을 들어 아무렇게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리고 난 아직 어리니까요.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 기다려지는 게 그 이유예요.”
할 말을 다 한 세연은 왠지 모를 개운하면서도 낯 뜨거운 감정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선 자리를 지키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내심 처음 만난 남자의 공감과 칭찬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