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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28824098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17-07-06
책 소개
목차
그들 중 하나, 혹은 가면의 영혼
어느 학생 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범죄
가면을 쓴 삼인조
가면
가면 속의 구멍
혼란스러운 밤
장갑 낀 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새틴으로 된 무도회 가면과 가짜 코, 가짜 수염, 수도사들의 두건을 쓴 사람들 속에서 가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두꺼운 종이로 만든 가면으로, 헷갈릴 정도로 사람의 얼굴을 그럴싸하게 흉내 낸 가면이었습니다. 그런데 흉내 낸 얼굴이 너무나 기가 막혔습니다! 속눈썹이 없는 얻어맞은 눈, 피가 나는 늘어진 두꺼운 입술, 분홍색 흉터가 있는 뺨, 그리고 보기 끔찍했던 것은 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코가 뭉개진 비웃는 얼굴, 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경직된 미소, 하지만 무엇보다 코가 없는 분홍색의 끔찍한 얼굴은 거죽이 벗겨진 얼굴 같은 인상을 주었죠….
그 가면이 너무 흉측하고, 너무 잘 만들어져서, 소리를 지르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가면은 우리와 거의 마주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가면이 너무나 끔찍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계속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여자 친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가 온몸을 떠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혐오감은 곧 신경을 곤두서게 했고, 그다음에는 불안감으로 변했습니다. 그 가면의 수치스러운 분홍색은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됐어! 이제 그만 가면을 벗어!’라고, 그 종이 가면의 정면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가면을 벗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신경이 곤두서자 대담해진 제 손이 그의 가면을 벗기려고 했습니다.
제 손가락이 그의 살갗에 닿았고… 끔찍하게 불쾌한 기분, 순간적으로 너무 무서워서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가면은 가면이 아니었습니다. 그 불쌍한 인간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막 나온 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