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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28826832
· 쪽수 : 244쪽
책 소개
목차
가난한 사람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1.
가난한 사람들이란 원래가 변덕스런 법입니다. 그것은 자연이 그렇게 정해 놓은 것입니다. 가난뱅이란 뒤틀린 성미를 갖고 있습니다. 가난뱅이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곁눈질합니다. 그뿐 아니라, 자기 주위를 겁먹은 눈으로 둘러보면서 남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지나치게 신경을 씁니다. 말하자면 혹시 저 사람들이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다니는 형색이 너무 형편없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느끼는지 살피는 게 아닐까? 또 예를 들어 이쪽에서 보면 꼴이 어떻고 저쪽에서 보면 꼴이 어떤지 쑥덕거리고 있는 게 아닐까?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시시콜콜 신경을 쓰게 됩니다.
2.
그런데 바렌카, 당신이란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도 잔인합니까! 당신은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는 겁니까? 못된 놈들이 당신을 괴롭히고 모욕하고 있어서 내 어린 새인 당신이 고통 받고 있는데, 내게 폐를 끼치게 되어 슬프다고요? 게다가 일을 해서 그 돈을 꼭 갚겠다고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한 내에 빚을 갚기 위해 안 그래도 약한 당신 몸을 완전히 망쳐 버리겠단 말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말이지 말입니다, 바렌카, 당신 자신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계신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대체 무엇 때문에 당신이 삯바느질을 해야 하고, 대체 무엇 때문에 일을 해야 한단 말입니까?
3.
그 사람은 우리가 그를 봉으로 보고, 거의 강탈하다시피 돈을 펑펑 써 대서 주머니가 바닥이 날 지경이라고 하며 성을 내고 있어요. 그리고 어제는 결혼이라는 게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 알았다면 아예 결혼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거라고도 하더군요. (…)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제가 이런 것들을 해 달라고 한 게 아니라는 건 하느님이 알고 계세요! 비코프 씨 자신이 마음대로 다 주문한 것들이거든요. 전 그분께 감히 어떤 대꾸도 할 수가 없어요. 그분은 성미가 불같은 사람이거든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