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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91128827792
· 쪽수 : 442쪽
· 출판일 : 2023-11-17
책 소개
목차
오성과 한음
오성기담
해설
옮긴이에 대해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 왜 나를 속였소? 담 밖에 벽도화 꽃이 벌써 두 번이나 떨어졌는데 어찌 이제야 오셨습니까? 나는 한번 잠결에 아버지를 뵙고 아침에 일어나 찾으니 없습디다.”
하며 두 눈에 눈물이 가랑가랑하고는 다시 말이 없다. 오성은 그 머리를 쓰다듬으며,
“처음에는 네가 장난만 하고 글은 원수로 알기에 내가 오지 않았고, 한 번은 네가 글을 읽나 안 읽나 보려고 밤중에 잠깐 다녀갔고, 요사이는 아마 잘 읽을 듯하기에 내가 돌아왔다.”
정남은 손등으로 눈물을 씻으며,
“나는 대고모께 말씀을 들으니까 아버지도 어렸을 적에 글은 원수로 알고 장난만 하셨다 하기에 나도 아버지 하시던 대로 하였습니다.”
오성은 어이가 없어 한번 웃고 말았다. 오늘날 이와 같이 가정이 화락하니 잠시나마 풍진 속에서 겪었던 노독을 잊을 만했다.
<오성과 한음>
그때는 여름이라. 마침 큰비가 쏟아져서 개천물과 강물이 넘쳐흘러 사람이 통행하지 못하므로 부고를 가져간 사람이 미처 오성 댁에 도달치 못하였는데, 오성은 무슨 수로 알았는지 집안사람에게 분부하여 한음 상공의 염습을 하러 갈 터이니 행장을 수습하라 하여 비를 무릅쓰고 길을 떠나 힘을 다하여 물을 건너 이틀 만에 한음의 상가에 도달하였다. 상가에 있는 사람들은 부고 전하는 사람이 오성 댁에 도달하지 못하였을 줄 아는 고로 민망히 여기는 중인데, 오성이 행차하심을 보고 십분 다행히 여기며 모두 나와 문안하며,
“우리 댁 대감께서 유언이 계시와 염습을 하지 못하고 대감께 사람을 보내었으나 비와 물에 막혀 분명 들어가지 못하였을 터이온데, 대감께서 어찌 아시고 행차하셨나이까?”
하고, 한음의 신체가 있는 방을 열고 수의를 가져다 놓는다. 오성이 한음의 신체 곁에 나아가 살펴보니, 운명한 지가 이틀이요 삼복더위로되, 조금도 냄새가 없고 가만히 누워서 자는 모양 같았으나, 다만 눈을 감지 않았다. 오성은 한음의 신체를 어루만지며,
“명보야. 내가 뒤를 이어 상소하지 않았던 것은 목숨을 아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다음 일을 기다린 것이니, 명보는 나의 마음을 아는 바에 어찌 이처럼 경계하는가?”
그 말이 끊어지자 한음은 눈을 감았으니…
<오성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