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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28853814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0-06-15
책 소개
목차
나오는 사람들, 배경, 무대 장치, 의상
1막
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마이클 : 제 마음이 1936년 그 여름으로 되돌아갈 때면, 여러 가지 기억들이 밀려옵니다. 그해 여름 우리 집에 처음으로 무선 수신기? 그래요, 일종의 라디오 수신기라는 게 생겼죠. 그리고 이것이 우리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때가 막 8월이 시작될 무렵이었기 때문에 매기 이모는? 매기 이모는 우리 집 웃음 제조기셨죠? 이모는 이 물건에다 이름을 붙여 주자고 하셨어요. 그러고는 옛 켈트족이 모시던 추수의 신 이름을 따서 그것을 ‘루’라고 부르길 원하셨죠. 옛날엔 8월 1일이 라 루나사(L? Lughnasa)라고 해서 이교도 신인 루를 찬양하는 축제일이었거든요. 또 이날 이후 이어지는 몇 날 몇 주의 추수 절기를 사람들은 루나사 축제라고 불렀죠. 하지만 케이트 이모는? 아, 케이트 이모는 국립학교 교사로 아주 고상한 분이셨습니다? 이모는 생명이 없는 물건에다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렇지만, 그것을 두고 이교도 신을 들먹이는 것은 사악한 짓이라 하셨어요. 그래서 우린 그걸 그냥 마르코니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수신기에 그렇게 새겨져 있었거든요.
잭 : 결혼한 적이 없단 말이니?
크리스 : 없어요.
매기 : 우리 다 마찬가지예요, 오빠. 오빠가 우릴 위해 남자들을 구해 오셔야죠.
잭 : (크리스에게) 그럼 마이클은 사생아구나?
크리스 : 그게? 네? 그런 셈이죠….
잭 : 애는 착하던데.
크리스 : 네. 못되진 않았어요.
잭 : 그 애가 있으니 넌 운이 좋은 거다.
아그네스 : 우리 모두 운이 좋은 거죠.
마이클 : 가장 자주 떠오르는 루나사 때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의 주변에서 나를 매혹하는 건 그것이 사실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기억 속에서는 분위기가 실제 사건보다도 더욱 생생하고 모든 것이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환상적인 것이 되죠. 그 기억 속에서, 또한 공기는 1930년대 음악과 함께 향수에 젖어듭니다. 그것은 저 멀리 어디에선가부터 흘러들어오죠? 음악의 신기루? 실제로 들리기도 하고 상상이기도 한 꿈의 음악 말입니다. 그 음악은 그 자체이면서 그것의 메아리이기도 하죠. 소리가 너무나도 매혹적이고 황홀해 오후 내내 마법에 걸려 있기도 하고 넋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참으로 이상한 건 모든 사람들이 타인들과 완전히 유리된 가운데, 그 감미로운 소리 위에 붕 떠다니면서, 리듬을 타며 나른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박자보다는 음악의 분위기에 호응하면서 말이죠.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서 전 춤을 춘다는 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