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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28866999
· 쪽수 : 522쪽
· 출판일 : 2022-11-17
목차
입촉기 권1
입촉기 권2
입촉기 권3
입촉기 권4
입촉기 권5
입촉기 권6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8월 14일
새벽에 비가 왔다.
작은 돌산을 지나 꼭대기에서 직경으로 반쯤 가면 여요강(餘姚江) 근처의 촉산(蜀山)과 매우 닮았다. 큰 강물에 배가 운항하는 가운데 우연히 뗏목을 하나 만났는데, 넓이가 10여 장(丈)이 되고, 길이가 50여 장이 된다. 뗏목 위에는 30∼40호의 가구가 있는데, 부인들과 아이들, 닭과 개, 절구 방아를 모두 갖추고 있고, 종횡으로 나 있는 작은 길로 서로 왕래하며, 신사(神祠)도 있었는데, 이것은 평소에 보지 못한 것이다. 뱃사람이 “이것은 오히려 그중에서 작은 것일 따름이고, 큰 것은 뗏목 위에 흙을 깔고 채소를 가꾸거나, 술집을 하기도 하는데, 모두 강의 항구로 다시 들어갈 수 없어 큰 강을 돌아다닐 뿐입니다”라고 했다.
이날, 역풍에 배를 끌고 가서 동틀 녘부터 해가 서쪽으로 기울 때까지 겨우 15∼16리를 갔다. 유관기(劉官磯) 옆에 정박했는데 기주(?州)와의 경계에 있다. 아이들이 강기슭에 올라갔다가 돌아오며 “오솔길을 찾으면 산 뒤로 통하는데, 피호(陂湖)에 물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마름이 매우 풍부하며, 호수를 끼고 목부용(木芙蓉)이 많아요”라고 했다.
해가 질 무렵에 갈대로 엮은 울타리에 띠로 이은 초가집이 몇몇 보이고, 그윽한 정취가 완연하며 사람 소리도 없이 고요하다.
큰 배가 있어 사려고 했으나 사지 못했다. 호수 가운데 작은 배에서 마름을 캐는 자가 있어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다가가 불러 보려 했으나 마침 길가에 놓인 덫을 보고는 호랑이나 늑대가 있을까 걱정이 되어 결국에는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이른바 유관기는 촉한(蜀漢)의 소열제(昭烈帝) 유비(劉備, 161∼223)가 오(吳)에 들어갈 때, 일찍이 이곳에 배를 댄 곳이라 전한다.
저녁에 큰 자라가 물속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았다.
8월 18일
아침 먹는 시간에 비로소 배가 출발해 오후 늦게 황주(黃州)에 도착했다. 황주는 특히 궁벽하고 낙후해 사건도 많지 않으니, 두목(杜牧)이 “평생에 잠을 가장 충분히 자는 곳, 운몽택의 남쪽 고을이라네(平生睡足處, 雲夢澤南州)”라고 말한 곳이다. 그러나 두목과 왕우칭(王禹?)이 황주로 가서 각기 자사(刺史)와 지주(知州)를 지내고, 또 동파 선생과 장뇌가 폄적되어 여기에 살면서부터 마침내 유명한 곳이 되었다.
임고정(臨?亭)에 정박하니, 일찍이 동파 선생이 거주하던 곳이고, 진관(秦觀)에게 보낸 편지에 “문밖에 몇 걸음 걸어가면 바로 큰 강(門外數步?大江)”이라고 쓴 곳이 바로 여기다. 강 표면에 물안개가 아득하고 대기는 넓게 탁 트였다. 지주 우조봉랑(右朝奉?) 직비각(直?閣) 양유의(楊由義)와 통판(通判) 우봉의랑(右奉議?) 진소복(陳紹復)을 만났다. 지주의 관청 소재지는 아주 협소해 관아에는 몇 명의 손님만이 겨우 용납되고, 통판이 거주하는 곳은 조금 낫다.
저녁에는 배를 죽원보(竹園步)로 옮기니, 대체로 언덕 주변에는 파도가 심해서 저녁에는 배를 댈 수 없다. 황주와 번구(樊口)는 바로 마주 보고 있는데, 동파가 말한 “무창의 번구는 매우 조용한 곳(武昌樊口幽?處)”이다. 촉한(蜀漢) 소열제(昭烈帝)가 동오(東吳) 노숙(魯肅)의 책략을 받아들여, 당양(當陽)에서 악현(鄂縣)의 번구(樊口)로 진군해 주둔했는데 바로 여기다.
8월 21일
쌍유협(雙柳夾)을 지나 고개 돌려 강 위를 바라보니, 먼 산이 중첩되어 심원하고도 수려하다. 황주를 떠나면서부터는 배가 비록 강의 항구 사이로 다니고 있으나, 역시 모두 넓고 아득하다. 지형이 점점 높아지니 콩과 좁쌀, 메밀 같은 종류를 많이 심는다. 저녁에 양라보(楊羅洑)에 배를 정박하니, 큰 제방에는 키 큰 버드나무가 있고 거주민들은 빽빽하게 모여 살며, 생선이 흙만큼이나 싸서 100전으로 20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게다가 모두 큰 생선이다. 작은 생선을 찾아서 고양이에게 먹이려고 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