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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서

별이 내려서

소낙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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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내려서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별이 내려서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9490308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8-09-13

책 소개

소낙연 장편소설. 세 보이고 싶은 여자, 무명 감독 장하진. 존재만으로 센 남자, 한류 스타 석치우. 오해로 점철된 크리스마스의 첫 만남. 유성우의 밤에 이루어진 둘만의 프로젝트.

목차

Prologue.
1. 크리스마스의 악연
2. 유성우 내리는 밤
3. 별이 다가오다
4. 프로젝트 J
5. 마음이 흐르고 흘러
6. 그의 제시
7. 그대라는 별이 내려서
8. 아름다운 심장 속의 천사
9. 인연의 끝, 그리고 시작
10. 심장의 소원
Epilogue.
작가 후기
참고 문헌

저자소개

소낙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웃음과 즐거움의 인연’이란 의미의 필명을 쓰고 있어요. 책과 그림, 영화와 드라마를 사랑합니다. 언제까지나 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출간작] 지켜 줄게 처음부터 너란 존재는 천 번의 고백 율도(律道) 별이 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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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석치우는 말없이 차를 몰았다. 바깥의 야경은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차 안에 감도는 공기가 몹시 무거웠다.
“숙소, 지난 것 같은데요.”
한참만에야 그녀가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압니다. 거기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차에서 하면 되잖아요.”
“사고 낼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으니까.”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그는 한참을 더 달려서 어느 해변가에 차를 세웠다. 인적도 없고 가로등도 거의 없는 외진 곳이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그녀도 묵묵히 따라 내렸다.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캄캄한 바다에서 파도 소리만 커다랗게 울렸다.
“잘못 이해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저는 못 한다고요.”
하진은 단호하게 대꾸하며 조금 떨어진 바위에 앉았다. 모래밭을 내려다보며 발로 모래 장난만 했다.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연인 역할 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그럼 뭔데요. 그 프로젝트 진짜로 만들고 싶다면서요.”
“장하진 씨랑 사귀고 싶다는 뜻입니다. 아주 진지하게.”
모래를 헤집던 발이 멈췄다. 바닷바람이 웅웅 울렸다. 파도가 요란하게 철썩거렸다.
“……네?”
무얼 잘못 들은 걸지도 모르겠다. 사귀고 싶다고 한 건가, 지금? 석치우가? 나한테?
“연인 역할이 아니라, 진짜 연인이 되어 달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왜, 왜요?”
“좋아하니까.”
하진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아니,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터무니없는 현실이 마치 꿈만 같았다. 영화 촬영 중인가 하는 착각마저 잠시 찾아들 만큼.
“석치우 씨가, 저를요?”
그가 거칠게 한숨을 뱉었다. 바위에서 일어선 그가 성큼 그녀의 앞으로 다가들었다. 그리고 무릎을 굽혀 또렷이 눈을 맞췄다.
“스무고개 합니까? 내가, 장하진 씨를, 많이 좋아합니다. 진지하게 사귀고 싶습니다, 남자와 여자로. 됐습니까?”
“……그, 그렇군요.”
“이제 하진 씨가 대답해 보죠. 그것도 싫은 겁니까?”
그는 몹시 진지했다. 몹시 정중했으며,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눈이 부셨다.
싫을 리가 없었다. 좋아서, 너무 좋아서 미쳐 날뛸 것만 같았다. 죽어라 뛰어 대는 심장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았다. 기뻤다. 그리고 그 몇 배로 두려웠다. 행복한 이 꿈이 한순간에 유리처럼 깨어질까 봐. 무뎌졌던 현실이 냉정하게 두려움을 파고들었다.
“……어떻게 싫겠어요. 좋아서, 너무 좋아서 잘 믿기지도 않는데.”
“그럼 사귀는 겁니까.”
그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오갔다. 그녀는 뚫어져라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하지만 도저히 수락할 수 없었다.
“좋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나, 언제 어떻게 잘못될지 모르는 몸이에요. 평생 약 달고 살아야 하고, 10년은 더 책임져야 할 동생도 있고, 다른 데 빠져들어서 영화 망치는 건 죽기보다 싫어요. 그러니까…….”
“그게 답니까.”
“성……생활도 쉽지 않을 거고, 아이도 못 낳을 거예요, 아마.”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떠오르는 대로 무작정 최악의 조건들을 늘어놓았다. 석치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나도 언제 어떻게 사고로 죽을지 모르죠. 평생 찾아야 할 동생도 있고, 다른 데 빠져들어서 배우 생활 망치는 것도 싫습니다. 성생활 안하고도 잘 살아왔고, 아이도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지금 무슨…….”
“‘네.’ 한 마디면 된다는 소립니다. 나머진 내가 다 감당할 테니까.”
무섭도록 단호한 목소리였다. 가슴을 송두리째 흔들 정도로 무거운 말이었다. 금방이라도 그가 원하는 말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저는……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문이 막혀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이 울컥 떨렸다. 수없이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났다.
“‘네.’ 한 마디면 됩니다.”
유혹적인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뭐든 다 받아 줄 것만 같은 그 말이 섬광처럼 가슴을 뒤흔들었다. 하진은 마음을 다잡으려고 기를 썼다. 이대로 휘말렸다간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테니까. 그도, 그녀도.
짐이 되긴 싫었다. 이 남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말이 아닌걸 알아서 더욱 그랬다.
“……생각해 볼게요.”
있는 의지력을 온통 다 끌어모아 그녀가 겨우 꺼낸 말은 그랬다. 스스로가 몹시도 한심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남자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 파도 소리만 철썩철썩 울렸다. 혹여 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 것이 아닐까 두려워졌을 무렵, 남자의 손이 머리에 닿아 왔다. 바람에 흩날린 머리를 쓸어 주는 손길이 따스했다.
“기다리죠.”
묵직한 한 마디가 심장을 뒤흔들었다.
이 남자가 좋았다. 미치도록 좋았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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