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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30411934
· 쪽수 : 422쪽
· 출판일 : 2014-02-28
책 소개
목차
침묵의 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에서
천ㅤㅁㅖㄴ(晨勉)은 언제나 ‘그녀들’의 서른 살 생일 이후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그날 타이베이를 떠나 홍콩으로 돌아왔다.
도시를 옮긴다는 것은 지난 몇 년간 그녀의 삶을 통틀어 가장 중대한 경험이었다. 그녀가 막 도착했던 6월 말, 공항고속도로 양옆으로 만개했을 진달래는 이미 제철이 지나 있었다.
이번 휴가 기간에 그녀는 타이베이에서만 꼬박 두 달을 머물렀다. ‘또 다른 천ㅤㅁㅖㄴ’과 둘이서 말이다. 당시 그녀는 빈털터리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스물다섯 되던 해 어머니는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키운 외할머니는 3년 전에 세상을 떠났고, 하나뿐인 여동생은 멀리 영국에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그녀가 다섯 살 무렵 보았던 화낼 줄 모르는 머리숱이 텁수룩하고 얼굴이 하얀 남자였다는 것이 다였다.
‘또 다른 천몐’이라는 존재는, 그녀가 대학 졸업 후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수감 중인 어머니를 보러 갔을 때 탄생했다. 어떤 이는 누군가를 쉽게 훔쳐보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이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상상을 한다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에게 진실하지 않은 것은 필요치 않았다. 자신의 운명을 제 눈으로 보아야겠다는 생각과 뭔가 다른 인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 냈다. 그녀와 상반된 경험을 가진 또 다른 훠천몐(藿晨勉)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녀는 ‘또 다른 천몐’에게 “넌 이런 삶을 원해?” 하고 물은 적이 있다. ‘또 다른 천몐’은 침묵했다. 이에 그녀는 말했다. “적어도 너에게 이런 인생을 원했는지 물어봐 준 사람 정도는 있었다는 걸 명심해.” 그녀와 ‘또 다른 천몐’과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놀랍게도 조금의 장애도 없었다. 그때부터 운명은 그들 두 사람의 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