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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91130412184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해설 ·······················7
지은이에 대해 ··················61
나오는 사람들 ··················71
작가로부터 ···················79
제1부
제1장. 어느 작은 가족의 내력 ···········87
제2장. 부적절한 모임 ··············109
제3장. 음탕한 사람들 ··············143
제2부
제4장. 감정의 격발 ···············195
제5장. 프로(Pro)와 콘트라(Contra) ········221
제6장. 러시아의 수도사 ·············279
제3부
제7장. 알료샤 ··················287
제8장. 미탸 ···················298
제9장. 예심 ···················320
제4부
제10장. 소년들 ·················329
제11장. 이반 표도로비치 형제 ···········348
제12장. 잘못된 판결 ···············377
에필로그 ····················378
옮긴이에 대해 ··················397
책속에서
동생 알료샤야, 언젠가 한번 거미같이 생긴 벌레한테 물려서 한 2주를 열이 펄펄 끓으며 누워 있었던 적이 있어. 그러니까 그 순간도 갑자기 거미 같은 이 고약한 벌레가 내 심장을 꾹 무는 소리가 들리더란 말이야. 알겠니? 나는 그녀를 찬찬히 뜯어보았지. 너 그녀를 본 일이 있지? 정말이지 대단한 미인이야. 하지만 그때 그녀가 아름다웠던 건 그 때문이 아니었어. 그 순간에 그녀가 아름다웠던 이유는 그녀는 고결한 여인인 데 비해, 나는 천하에 비열한 놈이고, 그녀가 너무도 관대한 마음에서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자 하는 위대한 뜻으로 나선 것이라면, 나는 빈대나 다름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어. 자, 그런데 이 빈대이자 비열한 놈인 나한테, 그녀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달려 있었단 말이야. 영혼이고 몸이고 모든 것이 말이야. 한마디로 독 안에 든 쥐였지. 너한테 솔직히 털어놓는다만, 이 생각, 바로 이 거미의 생각이 내 심장을 너무도 세게 거머쥐어 그 괴로움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녹아 버릴 것만 같았어.
“너의 위대한 예언가가 환영과 비유로 말하길 부활의 첫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보았는데, 그 수는 지파마다 각각 1만 2000명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수가 그것밖에 안 된다면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너의 십자가를 참아 냈고, 또 수십 년간이나 굶주리고 헐벗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풀뿌리로 연명해 왔다. 그러니 물론 너는 이 자유의 아이들, 자유로운 사랑의 아이들, 네 이름으로 자유롭고 훌륭한 희생을 한 이 아이들을 자랑스레 가리킬 수 있겠지. 하지만 그들은 고작해야 몇 천 명에 불과했고, 신이나 마찬가지인 자들이라는 것을 기억해라.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강한 자들이 참아 낸 것을 참아 낼 수 없었던 나머지 약한 자들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그토록 무시무시한 선물을 받아들일 힘이 없는 나약한 영혼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이야? 그렇다면 너는 정말로 선택된 자들에게만, 선택된 자들을 위해서만 온 것이냐?”
그는 자신이 왜 이 대지를 포옹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왜 이토록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대지에, 온 대지에 입 맞추고 싶은지 답을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흐느껴 울며, 눈물을 줄줄 흘리며, 대지에 입을 맞추었고, 그것을 사랑하겠노라고, 영원히 사랑하겠노라고 미친 듯이 맹세했다. “네 기쁨의 눈물로 대지를 적셔라, 그리고 너의 이 눈물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그의 영혼 속에 울려 퍼졌다. 무엇 때문에 그는 울고 있는 것인가? 오, 그는 환희에 차서 우는 것이다. 심지어 심연에서 그에게 비추이는 저 별들 때문에 울었으며, “그는 더 이상 이 미친 듯한 열광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마치 하느님의 이 모든 무한한 세계로부터 나온 실들이 한꺼번에 그의 영혼 속으로 모여드는 것 같았고, 그의 영혼은 “다른 세계들과 접촉하면서” 온통 전율했다. 그는 모든 이들을 모든 것에 대해 용서하고 싶었고, 또 용서해 달라고 빌고 싶었다, 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위해서, 세상 만물을 위해 용서를 비는 것이니,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해 용서를 빌어 주리라”, 이런 소리가 또다시 영혼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는 창공처럼 명료하고 확고부동한 무언가가 자신의 영혼으로 내려오는 것을 시시각각으로 분명히 느꼈다. 어떠한 관념이 그의 이성을 지배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그의 일생 동안 세세토록 그러할 것이다. 대지 위로 쓰러졌을 때에 그는 연약한 청년이었지만, 일어섰을 때 그는 평생 흔들리지 않을 전사가 되어 있었으며, 바로 이 환희의 순간에 이 모든 것을 온 마음으로 의식하고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이후 알료샤는 이 순간을 평생 동안 결코, 결단코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시간에 누군가가 내 영혼을 방문했던 거야.” 훗날 그는 자신의 말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