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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91130602769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14-06-09
책 소개
목차
귀향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
오산학교 시절
소월과 백석
아오야마 학원으로 유학을 가다
일본에서의 문학수업
<조선일보>와의 인연
광화문의 3인방
실비 내리는 어느 날
시인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100부 한정판 시집 『사슴』
『사슴』은 문단에 던진 포탄
통영, 통영
진주에서 노래하고 술 마신 밤
함흥으로 떠나다
『사슴』을 보는 또 다른 눈
백석 시의 영향을 받은 시인들
함흥에서 만난 자야
친구 신현중의 놀라운 배신
중일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최정희와 노천명과 모윤숙, 그리고 사슴
삐걱거리는 함흥 시절
뛰어난 《여성》지 편집자
화가 정현웅
나는 만주로 떠나련다
북방에서
권태와 환멸
측량도 문서도 싫증이 나고
흰 바람벽이 있어
압록강이 가까운 안둥 세관에서
시의 잠적
해방된 평양에서
38선을 넘지 않은 이유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전쟁과 번역
동화시의 발견
공격적인 아동문학 평론
학령 전 아동문학 논쟁에 휘말리다
살아남기 위하여
붉은 편지를 받들고 관평의 양을 키우다
평양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삼지연 스키장 취재기
남으로 보내는 편지
그리하여 사라진 이름
시인의 죽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980년 스무 살 무렵, 백석의 시 「모닥불」이 처음 내게 왔다. 그때부터 그를 짝사랑하기 시작했다. 사회과학적 열정과 기운이 문학을 견인하던 당시에 백석의 시는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집회에 참가해서 구호를 외치다가 돌아와 쉴 곳도 그 둥지였고, 잃어버린 시의 나침반을 찾아 헤맬 때 길을 가르쳐준 것도 그 둥지였다. _‘서문’에서
어린 백석은 수업시간에 경의선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의선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평양이 멀지 않았고, 10시간쯤 달리면 경성에 닿았다. 경부선으로 갈아타고 부산에 내리면 일본으로 가는 관부연락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도를 보면 바다 건너 일본이 지척이 아니었던가. 그것뿐만이 아니다. 북으로는 경의선의 종착지 신의주까지 달릴 수 있었고, 압록강만 건너면 드넓은 중국 대륙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경의선은 중국의 단동(안둥)에서 봉천까지 가는 단봉철도와 연결되어 바로 만주로 갈 수 있는 통로 구실을 하고 있었다.
백석은 외모만 ‘모던보이’가 아니었다. 일본 유학시절 습작기부터 그는 ‘가장 모던한 것’과 ‘가장 조선적인 것’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백석보다 앞선 주요한이나 정지용은 유학시절부터 일본어로 쓴 시를 발표했다. 그러나 백석은 단 한 편도 일본어로 된 시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는 모더니즘적인 시를 탐독하고 시론을 받아들였지만 조선 사람의 언어를 지키는 시인이고자 했다. _본문 51쪽
첫눈에 백석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가 박경련이었다. 그녀의 까만 머리는 가르마를 타 정갈하게 보였고, 갸름한 얼굴에는 두 눈이 유난히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말수가 적었다. 신현중이 좌중을 웃기려고 너스레를 떨면 가끔 입가로 살짝 웃음을 내비칠 뿐이었다. 그때의 헤프지 않은 미소는 백석의 가슴을 온통 뒤흔들었다.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백석보다 다섯 살 아래였다. 윤동주는 1936년 평양 숭실중학교를 다니다가 이학교가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가 되자 용정의 광명학원 중학부 4학년으로 전학을 갔다. 그는 문학소년으로 시를 가슴에 품고 장차 시인이 되는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의 책꽂이에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 한용운의 『님의 침묵』, 정지용의 『정지용시집』, 이은상의 『노산시조집』, 윤석중의 『윤석중 동요집』도 있었지만, 정작 읽고 싶은 『사슴』은 구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