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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11938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17-04-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009
실종 … 013
미궁의 늪 속으로 … 073
죽음을 기억하라 … 165
유토피아는 없다 … 257
코뿔소는 뿔이 하나다 … 367
에필로그 … 459
작가의 말 … 46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기에 들어오는 자, 희망을 버려라!’
돌이켜보니 불길한 전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이 섬뜩한 불씨가 야금야금 모여들어 불벼락을 내릴 줄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졌다. 그 빈틈을 찾으려고 석 달 가까이 눈에 불을 켜고 쏘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매번 헛손질이었다. 그 후 내내 원인을 알 수 없는 살의와 맞섰다. 그들을 감당하기에는 무리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알량한 자존심으로 맞불을 놓았다. 패배를 인정하기에는 너무 일렀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기에는 너무 늦었다.
카메라는 서너 발치 뒤로 물러나 백민찬 앞에 놓인 물체에 앵글을 맞추었다. 양팔저울이었다. 가운데 추를 중심으로 양옆에 접시가 놓여 있었다. 한쪽 접시에는 붉은 고깃덩이가, 다른 접시 위에는 하얀 깃털이 놓여 있었다. 저울은 어느 곳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평행을 유지했다. 이윽고 백민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팔저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저울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였다. 카메라는 백민찬의 무표정한 얼굴과 양팔저울을 번갈아 비추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시무시한 고문의 맛, 고문의 발명…… 이 영화에는 아누비스라는 아이디로 온 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화는 고문기술자에게 초점이 잡혀 있지만, 고문을 당하는 자의 고통도 뼛속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먹잇감을 다루는 그의 몸짓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발명’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그대로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압권은 고문기술자의 대화 내용이었다. 고문기술자는 피투성이의 얼굴에 깃털을 들이대고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이게 뭔 줄 아나? 깃털이지. 이 깃털로 말이야, 자네 심장을 꺼내서 저울에 달면 어떤 게 더 무거울 것 같나?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