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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657820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4-11-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Vinyl Saves Us
-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정원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D.821
-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
- 이 풍진세상을 만났으니……
-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565
원석
- 댄싱 베어풋
두만과 동만
- 나는 죽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아요
- 바이 디스 리버
- 데스티니
미래
- 첼로협주곡 B단조, Op.104
시아
- 블루 벌룬
다림
- 놓지 마
- 아 유 고잉 위드 미?
- 그래, 이게 나야!
원장
- 퍼펙트 데이
- 다시, 첼로협주곡 B단조, Op.104
원석
- 아프리카
- 가장 슬픈 일
정원
- 친구
미래
- 깨진 그릇
예분
- 서핑 유에스에이
정원
- 꿈을 꾼 후에
- 스케치스 오브 스페인
- 구름
- 하이웨이 투 헬
에필로그: Still, Vinyl Saves Us
- 원석
- 정원
- 미래와 원장
- 시아와 다림
- 동만과 두만
- 톰 소령
작가의 말
플레이리스트
리뷰
책속에서
사람들은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눈 깜빡할 새에 끝나지 않는다는 점,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르다는 점, 42.195킬로미터를 뛰다 보면 그사이에 반드시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네 삶을 연상시켰을 거다. 하지만 정원은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턴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음반을 바라볼 때마다, 정원에게 인생이란 어딘가에서 출발해 또 다른 어딘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빙글빙글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싶었다. 매일매일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또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턴테이블 위에서는 레코드판이 돌았다. 정원은 그게 좋았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세계에서는 누가 먼저 앞서간다고 해서 앞서는 것도 아니요, 뒤처진다고 해서 급해질 필요도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똑같은 태양이 뜨고 똑같은 아침이 와도 어제의 태양과 오늘의 아침은 다르니까.
정원은 음악을 듣기 전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리는 일련의 행위를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종이 재킷에서 조심스레 바이닐을 툭툭 쳐 분리한 후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지문이 묻지 않게 양 손바닥을 쫙 펴서 고정하고, 그다음에는 마치 로봇처럼 허리를 회전시켜 턴테이블 위로 바이닐의 위치를 먼저 잡는다. 그리고 하강. 엄지와 검지로 바늘을 가져다 바이닐 표면 위에 조심스레 올리는 마지막 단계를 거치면 마침내…… 레코드판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음악이 공간을 채울 때, 그제야 참았던 숨을 조용히 내쉴 수 있다. 정원은 그 일련의 과정을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