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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한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30664927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5-04-10
책 소개
목차
4월
1층
2층
3층
옥상
우주 최후의 사랑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제야 사랑과 우주도 위를 보았다. 화려한 애드벌룬 비행선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원색 풍선 가운데 고정된 작은 스피커에서 교가가 흘러나왔다. 구린 선곡에 당황한 것도 잠시, 뜨거운 태양을 가린 풍선에서 비눗방울이 쏟아졌다. 천국처럼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학생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주머니를 더듬다가, 핸드폰을 제출했다는 걸 깨닫고 좌절했다.
“저기 봐!”
화려한 어수선함이 운동장을 뒤덮은 그때, 노래가 뚝 끊겼다. 학생들은 모두 팔을 위로 뻗고 동동 뛰었다. 반이 넘는 인원이 애드벌룬 밑으로 밀집됐다. 교장이 목 터져라 외쳤을 때보다 효과가 백배는 좋았다. 재밌어 보여. 우주도 홀린 듯 이끌리다 사랑에게 가로막혔다. 사랑은 애드벌룬이 하늘에 떠다니든 말든 발길을 돌렸다. 건물 차양막 아래로 도망가려는 모양이었다. 달려드는 애들을 벌레 보듯 하는 시선이 우주는 거북했다.
‘선민의식. 개인주의자. 이기적인 새끼.’
어릴 때 성격은 평생 안 변한다. 남이야 물에 빠지든 말든 도망가던 인성 그대로다. 어쩜 인간이 저렇지? 우주는 분했다.
“누가 창문 부수라고 했어! 선생님이 기다리라고 했지, 이 망아지 새끼들아!”
윤리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가정실 애들을 다그쳤다. 슬슬 바뀐 얼굴에도 적응돼 맨손으로 창문을 부순 액션 배우를 꾸짖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틀 밖으로 머리를 내
민 다희는 팔꿈치에 유리 조각이 파고드는데도 아픈 기색이 없었다.
“선생님.”
얼른 내려가라 성을 내던 윤리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체리색 눈을 치뜬 다희의 목 위까지 반점이 올라와 있었다. 새까만 하트 무늬로 뒤덮인 몸은 천 개의 눈이 달린 것만 같았다. 윤리가 경악하는 사이 다희가 우악스럽게 그를 잡아챘다. 윤리는 죽 끌려 복도 벽에 가슴팍을 박았다. 애드벌룬 시럽에서 났던 향이 확 풍겼다. 윤리는 갈비뼈가 아픈 와중에도 어쩐지 입안에 한가득 차오르는 침을 삼켰다. 맛있겠다. 입맛을 다시는 윤리의 뒤에서 다희가 입술을 움직였다.
“맛있는 냄새 나…….”
먹먹해진 윤리의 귓가로 우드득, 소리가 들려왔다.
문에 기댄 사랑이 놀란 우주를 실컷 구경했다. 문틀에 올라간 사랑은 유달리 커 보였다. 압도당하는 기분에 우주가 딴청을 피웠다.
“가방도 가방인데 일단 비켜봐. 잠깐 하린이 얼굴 좀 보게. 상태 어떤지, 해독제는 잘 드는지…….”
“네가 의사야? 보면 알아?”
“그러는 넌 의사냐? 뭘 믿고 맡겨.”
하린에게 다가서던 우주는 훅 끼치는 열기를 느꼈다. 하린은 불꽃 같았다. 함께 있기만 해도 호흡 한 번 한 번이 푹푹 쪘다. 우주는 하린의 이마에 올려둔 물수건에 손을 댔다. 방금 올린 것 같은데 벌써 미지근했다. 어쩐지 천사랑이 땀범벅이다 했다. 타는 불을 맨몸으로 끄려는
꼴에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구해온 거 해독제 맞겠지?”
“아님 어쩔 건데?”
싸가지. 인상을 쓴 우주가 중지를 들어 올리자 사랑은 웃으며 우주의 손에 가방을 쥐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