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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30681214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2-03-21
책 소개
목차
추천사
들어가는 말
1장 그해 봄
그해 봄
겨울 산
가족관계증명서
그의 삶
아들과 함께한 촛불집회
새 학기의 꿈
인연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보이지 않는 손
2장 내가 만난 사람들
광야에서 울리는 목소리-성내운
너무 일찍 떠난 사람-강정문
선생님 나의 선생님-강순일
혼자 지내는 추모식-노무현
그의 노래 그의 꿈-김판수
애썼다, 친구야-하응백
3장 함께 걷는 길
환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세상은 불온하다
우리 학교 이야기
시대의 광기와 사람다운 삶
서씨 삼형제
조선학교 여학생과 일본인 제자
저 새색시는 어찌 이리 곱누
안내원 청년의 짝사랑
변희수 하사
세 모녀의 죽음
4장 세월호 이야기
속보
신이 계시는 곳
강우일과 염수정
유민 아빠
나는 이제 울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묻는 자들에게
괴물들의 나라
그라운드 제로에서 세월호를 생각하다
광장의 기도
팽목항의 바람
어느 4월 16일
파리코뮌과 세월호 리본
원주 하늘의 구름 리본
5장 우리가 빼앗긴 이름들
노동절, 우리가 빼앗긴 이름
웃지 마라
컵라면 세 개
비겁한 아이들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
과두 기득권 동맹의 정체
마크 헌트의 품위
지조(志操)라는 것에 대하여
누가 예수를 죽였는가?
갓 구운 신문의 추억
6장 살았고 싸웠고 죽어간 이들을 위해
마르크스 무덤을 찾다
미국의 민낯, 홈데포의 노인 노동자들
그날이 오면
체코의 집시 아이들
황소 앞에서 얼어붙다
제3세계에서 온 친구들
시애틀의 아코디언 청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7월 초순에 풀려났다. 주소지였던 서부경찰서의 서장실에서 신병인도가 이루어졌다. …… 5월 15일에 갈아입고 나갔던 흰색 옷이 검붉은 잿빛으로 변했다. 나뭇가지처럼 바싹 마른 채, 무릎이 다 찢어진 피 묻은 바지를 입은 나를 보자마자 고모가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서장이 보든 말든 가방 속에서 두부를 꺼내더니 허겁지겁 나에게 먹였다. 그해 봄의 사건은 당시 스무 살 내 인생의 행로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피비린내 나는 고통의 기억은 점점 엷어져 갔다.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그 새벽 내가 들었던 새소리를 잊지 못했다. 착검한 소총 뒤에서 들리던 그 소리는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우리 사는 세상의 불평등하게 일그러진 모습을 조금이라도 정직하게 바라보려는 이에게 “모두가 따스한 연말연시를”이라는 기원은 낯간지러운 수사가 될 것이다. 연말연시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은 조금은 다른 기원을 드리려 한다.
우리를 위해 더 고생하는 손들이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들의 곤고한 노동을 명증히 인식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종내 이 땅이 힘든 노동의 가치를 으뜸으로 인정하고 노동하는 이의 존재를 존경하는 ‘사람의 세상’ 되게 하소서.
세월이 덧없이 흘렀으니 이제 나도, 천갈피 만갈피 당시 그의 고뇌를 인간으로서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었다. 위에 강정문이 (창간의 중추적 역할을 했고) 직접 헤드라인을 쓴 《한겨레신문》 창간호 광고가 있다. 새로 태어난 신생 진보언론의 긴 호흡과 싸움을 예고하는 명 카피였다.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 이 장엄한 문장을 남긴 그는, 하지만 병마와의 한판 싸움에 져서 결국 이생을 떠났다. 일요일 오후 선풍기가 천천히 돌아가는 창밖에는 8월의 태양이 가득하다. 멀리 구름 너머로 그가 씨익 웃음 지으며 “잘 지내나?” 한마디 툭 하고 돌아서는 모습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