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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3929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18-12-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아침 / 아침의 사상 / 내가 읽고 있다 / 숨의 노래 / 레몬 / 동반적 그리움 / 합일 / 그녀, 백합 / 검푸른 발들이 쏟아진다 / 시(詩)의 계몽 / 그 후에도 사람들은 캐럴을 불렀다 / 요일로 간다 / 여름 별자리 / 아들을 위한 송가(頌歌)
제2부
나를 두들겨라, 브레히트여! / 물방울 고문 / 내 오랫동안 파왔다 / 풀 / 불완전한 시선 혹은 / 무거운 돌 / 알고리즘 / 마네킹 일지 / 그녀의 환상통 / 다시, 마리 파라 / 저쪽 그녀 / 그런 날들 / 무제 / 천문학자의 망원경 / 그의 생이 나의 귀를 통과한다 / 수석(壽石)
제3부
청춘 / ‘우리’라고 부른다 / 막대사탕의 정물 / 환유의 주방 / 행위들 / 거울이 있는 정물 / 몇 개의 낱말 / 어색한 미소는 슬프다 / 무채색의 시간 / 어렵다 / 내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선 자연은 말해주지 않는다 / 장대비 여정 / 무상(無想) / 저편의 나날 / 전신주의 새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제4부
알기 힘든 슬픈 / 배불뚝이 늙은 여인의 몽타주 / 겨울날 / 현실과 가상의 변증법 / 같은 맥락 / 사과가 그림자 속으로 빠지다 / 사마귀의 이력 하나 / 명료한 답 / 고장 난 시계 / 설원의 화창한 날 / 물고기, 그들은 / 워치타임 / 흰 눈이 펑펑 / 없다 / 습관적 타인을 위한 경고 / 그 마당 / 완전한 부재(不在)
작품 해설:미정형의 자아에서 주체적 자아로―송기한
저자소개
책속에서
몇 개의 낱말
날마다
새로운 ‘버튼’이다
나는 그것을 ‘차용’한다
그것이 ‘채무’이다
(그것을 시적 언어로 하면 ‘통증’이다)
사마귀의 이력 하나
너는 모호해, 잡혀도 잡히지 않아도
비겁한 것인지 뻔뻔하고 떳떳한 것인지, 네가 알을 낳는 순간
엉덩이를 걷어차고도 싶고
하나둘 제 살점을 세고 있을, 네 손목을 콱 부서뜨리고 싶었거든
(단칸방 좁은 부엌에서, 어머니는 바늘로 쿡쿡 자신의 손과 발에 난 사마귀를 찔러대고 있었다)
네가 잡혀도 잘 떨어지지 않아, 지독스레
오히려 화를 돋운다며 너는 더 싸지르겠지
죽은 듯 이상한 죽지 않은 듯 더 이상한
괴팍한 너 때문에
어머니와 나는 슬프다.
내가 그리는 도화지 속 그림이 너를 닮지 말아야겠는데
너의 풀밭은 어찌나 억센지
어떤 오류들이 겹쳤을까
사람의 몸에 그만 중독된 알을 싸지르고 말아
네가 미운 만큼 조롱 같은 네 눈깔이 싫고
이 세상 곤궁의 글자들이 싫다
노트를 쫙 찢어 둘둘 말아 내가 무얼 할 것 같으니?
그걸 네 항문에 쑤셔 박아버릴 것이다.
(아침이여, 빗물에 얼룩진 담벼락이여, 좁은 부엌이여, 단칸방이여)
이 시간이 있게 한 처지를
저 툭 불거진 눈의
고약한 사마귀에 선택된다는 건 정말 싫다
내가 고른 하늘빛
내가 고른 담벼락에서
내가 고른 풀꽃으로 반지를 만들고 싶었어
웅크린 방에서
새벽이면 앞집의 닭 울음소리
그것은 동일한 기회를 주겠다는, 하루하루 관대함을 말하려다
잘되지를 않아
일상이 불규칙해서 쓰러지는 일
나는 몸이 마비돼 쓰러지고(‘오늘 밤이 마지막입니다’ 의사의 선고) 수술 비용이 없어 나를 그대로 등에 업은 어머니는 터벅터벅 용산 철로변을 걷고 있었다. 내 엉덩이를 자꾸 추켜세우는 손, 울퉁불퉁 사마귀가 있는지도 생각 없이, 든든하고 따듯한 손이 생명줄처럼 느껴졌는데, 그래서일까 나는 그날 밤 살아났다
믿음은 내일이 있다는 것이고
얼마 후 그 마당도 그 철길도 벗어나 이사했다
그중 가장 좋은 건
너의
반복적 사고를 버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머니는 어느 날 길 위에서 돌연 세상 멀리 떠나더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