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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520
· 쪽수 : 170쪽
· 출판일 : 2019-08-1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걷다, 길
화살 / 새벽에 깨어 / 주목과 바람 / 길고양이, 울다 / 길 위의 잠 / 겨울 산행 / 아침 지하철에서 / 고장 난 버스 / 그 사내 / 겨울, 아침 / 걷다, 길 / 빈손 / 2016년 12월 3일 / 4월 그날 / 작가의 죽음 / 버려진 발목구두 / 통닭집 사내 / 어떤 통화 / 1984년, 빵가게 / 신기한 눈과 귀 / 시간은 / 청담대교를 지나며 1 / 그날 / 풍경과 범종 / 꿈속의 멀리뛰기 / 자히르 / 나이가 든다는 것 / 아이러니 / 이해해, 아빠 / 계단 오르기
제2부 사랑한다는 것은
환기 / 몸살 / 새벽, 비 / 새벽 비, 마음을 베다 / 자작나무 숲 / 자작나무 숲 사진이 있는 우화 / 빛과 독 / 가을이므로 / 지하철에서 1 / 사랑한다는 것은 / 비루한 섹스의 교훈 / 바람에게 2 / 경전선 열차에서 / 편협한 내 사랑 / 두물머리 가는 길 / 황금 나팔 / 문자놀이 / 그대 / 내가 좋아하는 나무 / 숨 쉬는 나무 / 길
제3부 내 그림자
역설 / 국립병원 가는 길 / 그가 / 아카시아 / 새벽, 춘천 / 어느 새벽 / 실재 현상 / 작업장에서 / 어떤 일요일 / 귀향 / 꿈 / P시를 추억하며 / 버드나무 / 겨울날의 손톱깎기 / 바람에게
작품 해설: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펼쳐진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세계 - 홍기돈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새벽에 깨어
비바람이 치는 새벽
잠든 아이들의 방문을 열어본다
나란히 모로 누워 다리까지 같은 모양으로 올리고
두 아이 함께 잠들어 있다
얼마 만인가
나는 또 얼마 만인가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같은 모습으로 새근거리며 잠든 모습을 보며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눈물이 났다
무엇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던
열아홉 절망의 봄
바람에 맡기듯 나를 맡겼던 어두운 바다
집어등 환하게 밝히며 나서서
새벽 어스름을 등지고 조용히 돌아오던 고깃배
위에서 흔들리던 삶은
경건하고 두렵고 눈물겨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잠든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으면
그 바다가 전하던 심연의 침묵이
웅웅거리며 들려오곤 했다
그 소리에 잠겨 유영하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온기를 타고
그만 아이의 꿈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늦겨울 비바람에
마음이 흔들리는 새벽
가만히 열어본 아이들의 방
두 아이는 곤한 잠 속에 빠져 있고
나는 잠든 아이의 발가락을 가만히 잡고 있다
경건하고 따스하며 눈물겹고 두렵다
잠든 아이의 맨발을 통해 전해오는
삶은
청담대교를 지나며 1
꿈을 꾸었다
낯선 이들의 어깨에 밀리며
생면부지의 사람들 등에 부딪히며
모르는 이들의 까만 뒷머리만 쳐다보며
스쳐 지나는 서로의 체취에 뒤범벅된 채
꿈속 같은 새벽의 몽롱함 속
깊은 강 밑으로 가라앉는
악몽
홀연,
아름다워라
찰나의 순간
물살 위
저 빛!
자작나무 숲
멀리서
자작나무 숲을 보다
히말라야 얼음 능선을 날아오르는
무수한 새들의 긴장한 깃
죽음의 고원을 지나
삶의 평원을 향해
망설임 없이 날아오르는
타협 없는 수직 상승의
단호한 결의
아득한 과녁을 직각으로 관통하는
결연하고 올곧은 화살
둔탁한 침묵의 대기를 가로질러
그대의 가슴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 꽂히고 마는
굴절 없는 직각 비행(飛行)의
올곧은 투신(投身)
멀리서
겨울 자작나무 숲을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