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4742
· 쪽수 : 130쪽
· 출판일 : 2019-10-31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모든 꽃의 이름은 백일홍이다 / 정읍 지나며 / 사마천을 읽다 / 체 게바라 생각 / 인공 눈물 / 꽃불철공소 / 검열 / 밥 / 건원릉에서 / 왕을 지우다 / 국제정치학의 시 / 전화위복 / 경비원 이씨 / 월경(越境)은 있다 / 2036년의 지도
제2부
목과(木瓜) / 백령도 11 / 백령도 12 / 파장(罷場) / 동천(冬天) / 활어 수족관 / 노가리 / 피라미처럼 / 감꽃 지다 / 잔인한 문장 /천지 장례식장 / 동물의 왕국 / 숭어잡이 / 낮술 / 금성산 오르며
제3부
그리운 단비 / 새점을 치는 저녁 / 봄 이불 한 채 / 소한(小寒) / 돌아오지 마라 / 라코스테 / 허방세상 낙조 / 엘 콘도르 파사 / 들소 / 대가의 점(·) / 떨어진 꽃들 / 북제주에서 / 봄바람 봄 나무 / 무연고 32호 / 산에서 온 편지를 강에서 읽다
제4부
상강 무렵 / 형제 상봉 기념 / 아내의 푸른 손 / 어머니의 단층집 / 망운의 설(雪) / 태풍 전야 / 오래된 집 / 아버지의 도장 / 길만이 형 /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 물속의 집 /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 / 벌초 / 배롱나무 꽃 / 부고의 자리
■ 작품 해설:눈물겨운 생존의 밥, 그리고 시 - 오홍진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점을 치는 저녁
새점을 치던 노인이 돌아간 저녁
공원의 벤치에 앉아 나도 새를 불러본다
생의 어디에든 발자국을 찍으며
기억을 놓고 오기도 해야 하였는데
난독의 말줄임표들만 이으며 지내왔다
누군가의 경고가 없었다면 짧은
문장의 마침표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
생의 뒤쪽에 무슨 통증이 있었는지
진료를 받고 나와 떨리는
손에서 노란 알약을 흘리고 간 사내
산월동 보훈병원 302호실
노란 알약을 삼킨 날개 다친 새들에게
마지막 처방전을 써준 김 원장이
사직원의 파지에 새를 그리고 있다
내일은 그도 저무는 공원에 나가
새점을 칠지 모른다
누군가 또 흘리고 간 노란 알약에서
새점을 치던 저녁을 떠올려볼지 모른다.
체 게바라 생각
삶은 달걀을 먹을 때마다
체 게바라 생각에 목이 멘다
볼리비아의 밀림에서 체가 붙잡힐 때
소총보다 더 힘껏 움켜쥐고 있었다는
삶은 달걀 두 개가 든 국방색 반합
밀림에 뜬 애기 달 같은 노른자는
경계를 서던 소년 병사의 팍팍한
꿈을 먹는 것 같아서 더 목이 멘다
혁명도 결국은 살자고 하는 것인데,
삶은 달걀을 먹을 때마다 끝내
반합의 달걀 두 개를 먹지 못하고
예수처럼 정부군에게 죽은 게바라의
살고 싶던 간절한 마음을
먹는 것 같아서 목이 멘다.
밥
아침에 또 당했다
나이도 어린 놈이었다
병가원을 낼까, 사직서를 쓸까
생각하는 내내
마음이 시큰거렸다
점심에 밥을 먹었다
찬밥을 찬물에 말아 먹었다
젖은 밥알이 튀어나올 것 같아
에라, 이 등신불아-
나에게 하려는 욕을
몇 번이나 참았다
모욕은 견딜 수 있어도
배고픔은 끝내 참기 힘든
생존의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