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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양이

푸른 고양이

송지은 (지은이)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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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양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푸른 고양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16661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0-05-07

책 소개

푸른사상 소설선 27권. 송지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작품들은 섭씨 4도의 냉장 창고 안, 화천의 오지, 예술마을, 실험실 캐비닛, 문이 잠긴 7층 발코니, 침대 밑 등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이 처한 한계상황에서 출발한다.

목차

책머리에

알라의 궁전
비수구미
푸른 고양이
오래된 입주자
겨울바람
동물의 사육제
한 뼘 사이

작품 해설:내몰린 인간, 틈새의 빛 - 김나정

저자소개

송지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국어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알라의 궁전」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 아르코(ARKO) 문학창작기금을 수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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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천사는 실험용 암고양이 1004번이었다. 우리는 실험동물을 번호로 부른다. 천사의 뇌를 이용하여 통각의 신경전달 회로의 제어기전을 조사했다. 극도의 고통으로 시달리는 환자를 위한 실험이었다. 통각을 전달하는 신경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천사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혹독한 실험에도 살아남았다. 두개골을 열고 특정 뇌 부위에 손상 주기를 다섯 번에 걸쳐 실험했다. 천사는 죽지 않았다. 결국 통증에 대한 새로운 제어기전을 발견하지 못해 우리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실험이 끝난 동물은 CO2로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기수가 가장 낮은 나의 임무였다.
“이리 줘.”
죽음에 임박한 천사를 안고 처치실 앞에서 머뭇거리는 나를 향해 남우가 두 팔을 내밀었다. 네가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하는 눈빛이었다. 그전에 내가 한 실수 때문이었다. 내가 경추를 잘못 당기는 바람에 마우스가 죽지도 못하고 뒤집힌 상태에서 네 발을 떨고 있었다. 보고 있던 남우가 마우스를 집어 들더니 찰나에 마우스의 경추를 끊어버렸다. 그때 일이 떠올라 불쾌했지만 나는 주저 없이 남우에게 천사를 넘겼다. 사실 천사의 안락사만은 피하고 싶었다. 남몰래 천사에게 닭가슴살과 아이암스 간식을 먹여온 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천사의 녹주석빛 눈동자가 자꾸 떠올랐다. 실험할 때마다 천사는 어서 너희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나를 놓아줘, 애원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푸른 고양이」


당신은 멍하게 서 있는 나의 어깨를 돌려세웠어요. 그러고는 또박또박 용건을 말했죠. 아주 낮은 음성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지. 운전한 사람이 죽었어. 안전벨트를 안 했지 뭐야. 재수가 없으려니까. 내년에 재임용 평가 있는 거 알지? 당신이 운전한 것으로 해야겠어. 김 선생 우리 과 외부 강사야. 구설수에 올라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조사받느라 여기저기 불려 다닐 시간도 없고. 김 선생이 우리 집에도 놀러 올 정도로 당신과도 좋은 관계였다고 하면 의심할 사람은 없어. 나한테 탈이 생기면 우리 가족 전체가 데미지를 입게 되잖아. 알지? 조기유학이라고 보내놓고 시훈이 학비랑 생활비, 어떻게 할 거야. 빨리 옷 갈아입어. 그러니까……. 당신은 말을 멈췄죠. 아마도 내가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던 모양이에요. 당신이 가장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던 거죠. 당신은 주먹을 귀 높이까지 올렸다가 내렸어요. 당신은 내 두 어깨를 쥐고 흔들었어요. 알았지. 알았어? 당신이 고함을 지르는데도 내 귀에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당신이 내 어깨를 흔드니까 내 고개가 저절로 끄덕거렸을 뿐인데 당신은 그것이 승낙인 줄 알았던 모양이에요. 하긴 살면서 단 한 번도 당신의 명령에 대해 거역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당신은 당신 맘대로 내 대답을 결정했던 거예요. 늘 그랬던 것처럼. 「겨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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