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7842
· 쪽수 : 106쪽
· 출판일 : 2021-04-2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비 / 겨울 호수 / 목련 / 아득한 집 / 집으로 가는 길 / 메꽃 / 마른 눈물 다시 샘솟아 / 뚝새풀 / 졸지에 / 하루 / 치자꽃 곁에서 / 딱따구리 / 명자꽃 / 자족
제2부
평화주의자 / 생밤 / 이별 / 부용정에서 / 김오지 / 고향 열차 / 장대비 그친 뒤 / 명옥헌 / 여름 / 오월에 / 잃어버린 숲 / 저녁 무렵 / 망친 지구 / 노부부
제3부
어머니 1 / 어머니 2 / 어머니 3 / 어머니 4 / 어머니 5 / 어머니 6 / 어머니 7 / 어머니 8 / 어머니 9 / 어머니 10 / 어머니 11 / 어머니 12 / 어머니 13 / 어머니 14
제4부
별 / 퇴근길 / 철 지난 뉘우침 / 종교개혁 / 고귀한 천성 / 도긴개긴 / 가장 어려운 혁명을 위하여 / 겨울 들머리 / 도약 / 등교 / 시골 학교 졸업식 / 발 / 할미꽃
■ 작품 해설:수평의 세계 대지의 노래 - 김준태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
수직은
곧장 수평이 된다
수평은 동무가 참 많다
아득한 집
다락이 있는 집
장독대 곁 감나무에 이마를 댄
술래가 눈을 뜨고도 좀처럼
아이들을 찾을 수 없는 집
아버지한테 꾸지람 듣고
혼자 웅크리고 앉아 분을 삭이는
대청마루 밑 은신처가 있는 집
어머니가 저녁밥 먹으라고
헛간에서 고샅에서 이웃집에서
이름을 불러대며 찾고 다녀도
일부러 꿈쩍 않고 애타게 하는
그 은신처로 돌아가고 싶은 집
객지에서 서럽고 쓸쓸하고 고단하여
달이라도 쳐다보고 싶을 때 달려가
건너고 싶은 강이 있고
오르고 싶은 산이 있고
걷고 싶은 들길이 있고
등목하고 싶은 우물이 있는 집
북새풍이 불면 방패연을 날리고
눈썰매 타고 싶은 언덕이 있고
낙서하고 싶은 골목이 있고
기대고 싶은 정자나무가 있고
도서관 같은 그 아래서 사철 구수하게
옛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가 있는 집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동무가 마중 나온
두엄 냄새 풍기는 대나무골
부엌에 그을음 번들거리고
뜨락에서 어미 닭과 병아리들 놀고
얼룩소가 느긋하게 되새김질하는
마당 넓고 싸리울 낮은 집
평화주의자
참새가 총 든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
똥 싸고 날아간다
그래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오히려 벌써 그리운 듯
새가 날아간 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흰옷 입은 ‘사람의 아들’ 앞에서
마을의 원로인 벼들이 머리 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