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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3081831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1-11-0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초저녁에 일어난 일
2. 퇴로를 틔워주다
3. 포로가 된 사기장들
4. 어디로 끌려가는가?
5. 피로 물든 사천벌
6. 최후의 일전
7. 낯선 땅은 북새통
8. 또 다른 배를 타고
9. 아름다운 항구, 지옥의 입구
10. 다시 한 묶음으로 옮기다
11. 흙과 불의 극적인 만남
12. 신기의 눈과 손
13. 순왜들이 사는 길
14. 악운과 행운 사이
15. 흙 속과 바람 속을 돌다
16.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17. 오름가마
18. 바위가 태토로
19. 산속에 들어선 가마단지
20. 닫힌 산속에서
21. 정교하게, 더욱 정교하게
22. 달항아리를 만들다
23. 비밀이 외출하다
24. 비요의 명품들, 수출선을 타다
25. 바람으로 된 비석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기골이나 그 주변 가마터 몇 곳에서는 분청사기, 상감백자, 철화백자 같은 고급품 도자기도 구웠다. 그래서 이 일대는 일본까지도 소문이 났었다. 희한하게도 왜병들은 값싼 막사발에 특히 사족을 못 썼다. 그런 것은 백련리 가마를 비롯해서 이 근처 아무 데서나 언제든지 쉽게 구워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평소에는 잘 굽지도 않는 것들이기도 했다.
이번에 새로 터진 정유년 난리에서는 지난번 임진란 때보다 왜병들이 별나게 가마터를 더 샅샅이 들쑤시고 다녔다. 정보에 밝은 순왜들을 앞세워 숨어 있는 사기장들까지도 찾아내 모조리 잡아갔다. 지난번 임진란이 덮친 뒤 얼마쯤 지나고 나서야 이곳은 겨우 조용해졌었다. 전쟁이 멎었다는 소식에 피해 있던 사기장들도 가족을 찾아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용했던 것도 잠시, 이번에 또다시 난리가 터졌다. 그런 판에다 순왜들이 더 설쳐댄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끔찍한 소문이 나돌자 사기장들의 그림자는 이번에도 또 가마 주변에서 사라져버렸다. 진제포도 고깃배 몇 척만이 겨우 들락거릴 뿐 다시 조용한 갯가로 변하고 말았다.
순왜는 휘청거리며 밖으로 나온 일행을 창고 뒤 빈터로 끌고 갔다. 거기서 차례대로 묶여 있는 밧줄을 모두 풀어주었다. 상상도 못 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 뜻밖의 일은 환상이 아니었다. 실제 상황이었다. 삼룡이는 비로소 지금까지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너희들은 포로가 아니고 사기장이다. 나베시마 영주님의 특별 지시로 포로에서 풀려나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영주님의 영지로 갈 것이다. 내가 시키는 대로 잘 해야만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릴 것이다. 알겠지.”
순왜는 뜻밖의 말을 지껄였다. 모두들 그 말을 듣고도 입을 다물고 서 있을 뿐이었다. 느닷없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신기한 사건이 도무지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아서였다.
“영주님의 영지에 가면 너희들은 모두 조선에서 했던 일을 그대로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