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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30819082
· 쪽수 : 154쪽
· 출판일 : 2022-04-30
책 소개
목차
제1부
도보 여행 / 내 마음에 돌섬 하나 있어 / 동심원 / 혼밥 / 나른한 오후 / 설날 새벽에 / 견고한 기억 / 가리비 껍데기 / 아포 고모 / 깜장 고무신 / 아버지의 녹 / 호국원 가는 길 / 텃밭 가는 길 / 아내에게 / 별리(別離)
제2부
유월에 터지는 방죽 / 북한강에서 / 꿈꾸는 을숙도 / 은모래의 전언(傳言) / 갈맷길을 걸으며 / 느티나무 / 겨울 원미산 / 그믐달 / 젊은 귀향 농부의 독백 / 오랜 거짓말 / 텃밭에서 1 / 텃밭에서 2 / 시시포스가 걷는 길 / 늦된 오이의 소지(燒紙) / 민달팽이
제3부
뭍으로 간 망상어 / 바람이 머물렀다 간 자리 / 여름의 끝 / CCTV의 증언 / 박카스 병 / 소주 한 잔 / 시간강사 Y씨의 하루 / 유성 생식하는 0과 1 / 복사골 감자탕 / 역곡 바게트 / 그림으로 남은 엄니 / 온금동 꼭대기 빈집 / 옛날 옛적 몰운대에는 / 깊어가는 섬진강 / 낙지 초무침 아짐씨
제4부
부활하는 집강소 / 어긔야 어강됴리 / 당신과 내가 기다리는 날 / 용머리 해안에 부는 바람 / 하귀리 가는 길 / 영모원(英慕園)에 부쳐 / 세화 바다에 와서는 / 항파두리성에 핀 풀꽃 / 고요한 세계 / 오월의 바람 / 영실(營實) / 바다로 가는 길 / 진달래 동산 / 모래밭에 묻은 이름 / 촘항 속의 개구리
작품 해설 : 소란하길 바라는 『고요한 세계』 - 이명찬
저자소개
책속에서

갈맷길을 걸으며
아미산에 올라 낙동강 하구를 바라본다.
칠백 리 먼 길을 걸어온 신랑을 부드럽게 안는 신부의 일렁이는 치맛자락을 보며,
화동(花童)인 양 햇살이 꽃가루를 뿌린다.
하나가 되어 더 넓고 깊은 세계로 떠나는 부부를 보며
우리는 먼발치서 하객이 되어 서로의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나 갈림길에서 헤어졌다가 돌사다락길에서 또 누군가를 만나는 일을 되풀이하는 동안
강과 강은 바다에서 합일하기 위해 지독한 세월을 견뎌왔고,
저 넓은 여백을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채워 나간다.
땀 흘리며 멀어져 가는 그대여,
힘든 아미산길 끝나 몰운대쯤에서 다시 만나
산길 내내 품었던 철쭉 한 송이 내밀면
가슴 열고 받아주오.
해가 지기 전에.
하귀리 가는 길
처서를 지나고도 한참을 떼쓰던 여름 해가 숨비기꽃 흔들림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해가 아무리 따가워도 파도가 아무리 짠 내를 몰고 와도
밭담 틈새 무리지은 꽃들이 나의 저항은 꽃을 피우고 씨앗을 품는 것이라며 잔바람에 산들거립니다.
숨비기꽃 속에 한 움큼 씨가 영그는 동안에 숨비소리도 영등할망이 뿌린 씨앗을 품습니다.
천만, 일억, 십억으로도 텅 빈 마음인 사람들은
수백으로 저들의 세상을 이룬 숨비기꽃들을 보며,
시들어가는 꽃망울 속에 여물고 있는 씨앗들을 생각하며,
꺾이며 흩날렸던 세월을 기억하며,
하귀리에 올 때는 숨비기꽃 같은 마음으로 와야 합니다.
거스린물로 가는 걸음 끝에 긴 그림자가 걸립니다.
수평선 너머로 쫓겨 가는 해가 세상을 거스르지 못하는 이의 얼굴을 붉게 붓질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