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3082028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 감옥 문 / 2. 장터 / 3. 발견 / 4. 대면 / 5. 바느질하는 헤스터 / 6. 진주(眞珠) / 7. 지사 댁의 객실 / 8. 요동(妖童)과 목사 / 9. 의사(醫師) / 10. 의사와 환자 / 11. 가슴속 / 12. 목사의 철야고행(徹夜苦行) / 13. 헤스터의 다른 견해 / 14. 헤스터와 의사 / 15. 헤스터와 진주 / 16. 숲속의 오솔길 / 17. 목사와 그의 신자 / 18. 쏟아지는 햇볕 / 19. 개울가의 어린애 / 20. 미로(迷路)에 서 있는 목사 / 21. 뉴잉글랜드의 축제일(祝祭日) / 22. 행렬(行列) / 23. 드러난 주홍 글자 / 24. 후일담(後日譚)
■ 작품 해설
■ 작가 연보
■ 재출간 후기
책속에서
그 젊은 여자 ― 이 애기의 어머니 ― 가 군중들 앞에 자태를 나타내자, 그녀의 최초의 충동은 애기를 자기의 가슴속에 꼭 부둥켜안는 일이었던 성싶다. 그것도 어머니로서의 애정의 충동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의 옷에 꿰매어놓았거나 달아놓은 무슨 표적을 그렇게 해서 감추려고 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이미 하나의 수치의 표적이 있는 이상, 그것으로 또 하나의 표적을 감춰보려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갓난애를 한쪽 팔에다 옮겨 안고, 불에 단 것 같은 얼굴을 하면서도 거만한 미소를 띠며 깜짝하지 않는 눈초리로 거리의 사람들과 근처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저고리 가슴에는 새빨간 천에, 금실로 정성스럽고 화려하게 수를 놓아 단을 댄, A라는 글자가 나타나 있었다. 그것은 상당히 미술적이고도, 풍부하고 호화로운 상상력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으로, 그녀의 입고 있는 옷의 최후의 가장 적합한 장식의 효과를 충분히 나타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헤스터 프린은 지금 그 불명예스러운 초기에 우리들이 본 것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월은 흘러가고 또 왔다. 진주는 벌써 일곱 살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가슴에 이상한 수를 놓은 빛나는 주홍빛 글자를 달고 있는 모습은 이제 거리 사람들에게는 눈 익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사람이 세상에 대해서 어떤 현저한 위치에 있고 그와 동시에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이해관계를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 흔히 있듯이, 일종의 일반적인 존경이 헤스터 프린에 관해서도 생겨나고 있었다. 사람의 성질 속에서 이기심이 작용하지 않는 한 남을 미워하는 마음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 생기기 쉽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증오심은 조금씩 조용한 순차를 밟아서 차차 애정으로 변해가는 것이고 끊임없이 시초의 적의의 감정이 자극을 받고 그 변화가 방해되지 않는 한 그렇게 되는 것이다. 헤스터 프린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처럼 자극을 하거나 귀찮게 하거나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결코 세상과 싸우지 않았다. 아무런 불평도 말하지 않고 그의 최악의 처사에도 순종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세상에 대해서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헤스터 프린으로서는 진주가 가정을 갖고 있는 낯선 고장보다도 이 고장에, 뉴잉글랜드에, 한결 더 진정한 생활이 있었다. 여기에는 그녀의 죄가 있었다. 슬픔도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또한 회개의 행위가 여기에는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돌아왔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의 의사로 말하자면, 그 당시의 제아무리 가혹하고 엄격한 관리라도 그것을 명령할 수는 없었을 것이니까 ― 여태껏 우리들이 얘기해온 그 표지를 다시 몸에 붙였던 것이다. 그 후, 그것은 그녀의 몸에서 한 번도 떨어진 일이 없었다. 그러나 헤스터의 일생을 누빈 고생스러운 시름에 찬 헌신적인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에 주홍 글자는 세상 사람들의 조소와 혐오를 자아내는 낙인이 아니라 그것을 보면 슬픔이 느껴지고 그것을 보면 두려우면서도 존경감이 우러나는 상징으로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