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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30820729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3-07-1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진묘수(鎭墓獸)
바퀴벌레 인간
매머드 잡는 남자
구름 농원
닻
천도재(遷度齋)
공산성(公山城)
안드로메다 가는 길
씨앗 불
코로나19에 관한 변증법
▪창작 노트 _ 달관적(達觀的) 인생과 소관(所管)의 책임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내와 싸운 다음 날부터 나는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벌레가 되어간다는 착각이 든 것이다. 그것도 아내가 말한 바퀴벌레로 서서히 변신하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거울을 자주 보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는 창문에 블라인드를 내리고 알몸으로 거실에서 서성거렸다. 내 몸이 정말로 바퀴벌레로 변신을 하는가. 바퀴벌레가 날갯짓하듯이 나는 두 팔을 벌려 허공에 허우적거렸고, 바닥에 엎드려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기어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거울을 보면 사람의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바퀴벌레로 변신하려면 알에서 애벌레가 나오듯이 변신해야 하는데, 필요한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나는 침실에서 알몸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었다. 몇 시간을 그렇게 웅크리고 있자 정말로 어깨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듯했다. 두 다리와 팔이 짧아지고 여러 개의 다리가 다시 생기는 듯했다. 눈 위에는 길게 더듬이가 생겨나고, 입이 뾰족해지는 듯했다. 나는 마침내 바퀴벌레가 된 것이다. (「바퀴벌레 인간」)
나는 더욱 힘차게 산책로를 뛰어다니고 매머드 사냥에 열을 올렸다. 산책로에 서 있는 두 마리의 커다란 매머드를 향해 달려가서 돌창으로 찌르고 다리를 부여잡고 넘어뜨리는 시늉을 수시로 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내가 진짜 구석기시대인 같다며 환호를 했고, 일부는 박수를 보냈다. 그때마다 나는 킹콩처럼 두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괴음(怪音)이었다. 관람객들이 더욱 우렁차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나는 답례를 하듯 커다란 매머드의 이빨에 매달려 거꾸로 재주를 넘었다. 관람객들이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 소릴 들으며 나는 꿈쩍도 안 하는 매머드가 문득 쓰러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석장리 박물관 입구에는 머리를 들고 쓰러진 매머드가 있고, 주위에는 매머드를 향해 돌창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구석시시대인이 있다. 구석기시대인의 공격으로 신음하며 죽어가는 매머드의 형상이 갑자기 눈앞에서 펼쳐졌다. 나는 매머드의 이빨에서 내려와 다시 돌창으로 매머드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매머드 잡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