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3126930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0-10-30
책 소개
목차
2화 디지털 일식 …66
3화 IOC 위원을 꿈꾸다 …139
4화 동남아 진출 …174
5화 슈퍼 컴퓨터 개발을 꿈꾸다 … 202
6화 왜 라면이 먹고 싶다고 그래 … 277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 미치겠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일식은 다시 변기 위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재벌이 되자 그는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도 은근히 건강과 수명에 집착했다.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해도 당대에는 될까 말까 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세계를 정복한다고 한들,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세계를 정복하느라 바빠 어디 한 번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일만 한 채 죽어야 하니까.
일식은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알아보기 위해 틈날 때마다 정해진 일들을 바꿔보려 했다.
그가 세계 그룹의 공중분해를 막은 일도 또, 김포국제공항 테러 사건을 막은 일도 바로 그래서였다.
물론, 그러는 게 사업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배 나온 아저씨가 되면 죽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그랬다.
김춘애는 일식이 회귀하기 전의 세상에서 라면만 먹고 운동을 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해서 라면 소녀로 잘 알려진 86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이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기사를 쓴 기레기의 날조였다.
물론, 김춘애의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었지만, 운동선수가 더군다나 한 참 자라나는 성장기의 십 대가 어떻게 라면만 먹고 운동을 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기레기 딴에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다가 변변한 지원도 없이 운동하는 김춘애를 도울 목적으로 양념을 듬뿍 쳐서 기사를 내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기레기의 의도대로 김춘애는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잔뜩 피해만 보았다.
세월이 숱하게 흘렀어도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김춘애를 라면만 먹고 운동한 라면 소녀로 기억했다.
일식은 그래서 그가 기억하는 스포츠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김춘애를 입도선매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회귀하기 전의 세상에서 라면 소녀로 알려진 김춘애가 지원을 받아 여유롭고 풍족한 환경에서 운동하면 더는 라면 소녀가 되지 않을 테니까.
김춘애가 그렇게 된다면 일식 또한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다고 해서 죽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성공도 실패도 아닌 묘한 결과를 얻게 되었으니 일식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씨발! 내가 삼겹살도 사주고 치킨도 사주고 꽃등심도 사주고 심지어 보약까지 사 먹였는데, 왜 라면이 먹고 싶다고 지랄이야. 사람 무섭게 시리.”
일식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렸다.
회귀한 이후 최철산 대통령 빼고는 무서운 게 없는 그였지만 죽음만큼은 예외였다.
단순히 죽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그저 배 나온 아저씨가 되면 속절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