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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1937471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5-11-20
책 소개
목차
16장 끔찍한 거래(去來)
17장 폐위(廢位)
18장 나락(奈落)
19장 벙어리 가기(歌妓)
20장 출거(出去)
21장 밀정(密偵)
22장 드러난 정체
23장 개가책동(改嫁策動)
24장 마지막 싸움
25장 악연의 끝
26장 꿈결 같은 재회
남은 이야기
외전 팔려간 공녀(貢女)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연은 낮게 코웃음 치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떠올렸던 가능성을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그때 갑자기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끝났느냐?”
“헉!”
소연은 너무 놀라 순간 기절할 뻔했다. 황급히 눈을 뜨자 어느새 소년이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온 것이냐?”
“월이는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늦으셨네요?”
“네가 빨리 온 것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빨리 온 건 사실이었기에 소연은 반박하지 못하고 가만히 입술만 벙긋거렸다. 그녀를 바라보던 소년이 물었다.
“내 요구를 들을 준비가 됐느냐?”
“네, 뭘 원하세요?”
소연은 맑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날카로운 소년의 눈길이 이어지자 소연의 얼굴이 그녀도 모르는 사이 빨갛게 물들었다.
“부끄러우냐?”
“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서원후 댁에서 잘난 공자들을 수없이 보아왔지만 이렇게까지 정신없고 떨린 적은 처음이었다.
“내 청이라면 정말 무엇이든 들어줄 것이냐?”
“네.”
“서원후 댁 아가씨 대신 공녀로 가달라 한다 해도?”
“이미 약조를 드렸으니 그리 말씀하셔도 어쩔 수 없지요.”
심상치 않은 발언에 소연은 긴장했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소매에서 ‘장(璋)’이라고 새겨진 옥패를 꺼내 내밀었다.
“가지고 있어라.”
“이게…… 뭔데요?”
“내게 중요한 물건이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지금은 뭘 요구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는구나. 후에 떠오르면 말해주마. 그때 이 옥패를 돌려받겠다.”
“하지만…….”
“걱정 마라. 공녀가 되라 한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진 않을 것이다.”
소연은 묘한 불안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주저했다. 어제처럼 단번에 답하기에는 조금 전 소년에게서 풍기던 매서운 기운이 마음에 걸렸다.
“싫으냐?”
“아, 아니에요. 알겠어요.”
“좋다.”
소연은 고개를 푹 숙여 보이고는 재빨리 불당을 벗어났다. 이상하게도 더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비틀비틀 계단을 내려가는 소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소년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불당 앞에서 조용히 그를 기다리고 있던 박경량이 앞으로 나서며 시중을 들었다. 박경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결국 박경량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저하, 어찌하여…….”
“어찌하여 저 아이에게 내 옥패를 건네주었느냐 묻는 것이냐?”
“예. 그 옥패를 줄 만큼 가치 있는 아이옵니까?”
세자의 눈에 미묘한 빛이 서렸다. 아이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쉽게 정의하기 힘들었다.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아바마마의 신임이 두터운 조인규의 딸이다. 앞으로 꽤 쓸모가 많을 것이야.”
“하오나 그래 봤자 역관 출신의 천한 집안이 아닙니까? 그런 아이한테 몽고식 이름이 새겨진 옥패도 아니고, 가장 아끼시는 고려 이름이 새겨진 옥패를 주시다니요. 정녕 저 아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시옵니까?”
“…….”
“저하!”
“재밌는 아이더구나.”
평소와 다른 세자의 말에 박경량은 당황했다. 평소의 세자는 절대로 누굴 상대로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