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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31982556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8-06-27
책 소개
목차
1. 10년 뒤의 약속
2. 끝의 시작
3. 쪼그려 앉은 감시원
4. 답 맞추기에 들어가죠
5.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 전부
6. 변해버린 사람, 변할 수 없었던 사람
7. 타임캡슐 파내기
8. 부적절한 행동
9. 너무 잘 풀리는 이야기
10. 나의, 단 한 명뿐인 소꿉친구에게
11. 자판기 순회
12. 거짓말쟁이와 작은 소원
13. 확실한 것
14. 청색 시대
15. 크리스마스 선물
리뷰
책속에서
이 나이가 되어서도 나는 아직 “나만은 특별하다.”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감은 무언가에 의해 지탱되고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과거의 영광에 아직까지 취해 있던 것뿐이다. 무엇 하나 호전될 기미가 없는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나는 언젠가 분명히 이제까지의 무의미한 인생을 전부 상쇄시킬 만한 대성공을 거둘 거다.”라고 늘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꿈꾸는 성공의 스케일은 커져갔다. 궁지에 몰린 인간일수록 일발역전을 추구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이야기다. 9회말 10점 차 상태에서 착실히 보내기 번트를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헛스윙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알면서도 풀스윙으로 장타를 노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어느샌가 나는 영원을 꿈꾸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그 이름을 아는 인물이 되는 것, 언제까지나 빛바래지 않을 전설적인 성공을 얻는 것 외에는 나를 구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인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하려면, 한 번 누군가에게 완전한 형태로 부정당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망칠 장소도 몸을 지킬 수단도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수명을 팔러 간 것은 잘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이제까지의 인생은 고사하고, 앞으로의 인생조차 완전히 부정당하게 되었으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 나는 성격이라든가 기질이라든가 본성이라든가 하는 말을 별로 믿지 않아. 그런 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지니까. 오랫동안 지켜보게 되면,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은 ‘어떤 상황에 빠지기 쉬운가’라는 점뿐이라고 생각해. 일관성이라는 것을 모두 지나치게 믿고 있는데, 그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표면적인 것이 아닐까.”
나는 일방적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할머니를 잘 기억하고 있어요. 젊어서 기억력이 좋다는 얘긴 아니에요. 확실히 저는 아직 스무 살이지만 옛날 일은 상당히 많이 잊어버렸어요. 아무리 행복한 일도 아무리 괴로운 일도, 기억해낼 기회가 없으면 이내 잊어버리게 되는 법이죠. 그것을 사람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잊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정말로 모두가 과거의 가장 좋은 추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더욱 슬픈 얼굴을 하고 공허한 오늘을 살게 될 테고, 모두가 과거의 가장 나쁜 추억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도 역시 사람들은 가장 슬픈 얼굴로 공허한 오늘을 사고 있겠죠. 다들,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해두지 않으면 이래저래 곤란해지니까 기억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두고 있을 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