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2231486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5-09-24
책 소개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솔루의 대답도 듣지 않고 태랑이 손을 뻗었다. 그녀는 그의 하얀 손가락이 자신의 옷고름 끝자락을 잡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용히 입술을 움직였다.
“왜…… 저입니까?”
훗. 작게 터진 실소와 함께 그는 잡고 있던 옷고름을 놨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천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내가 안을 수 있는 여인이 너뿐이니까 그렇지.”
알고 있는 답이었다. 혼자서 수도 없이 질문하고 답을 했었다. 솔루가 눈가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차오르려 하는 것을 참아냈다.
“정말, 그 이유뿐입니까?”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쓸데없는 걸 물어본다는 듯이 태랑이 손가락을 들었다. 한쪽 눈앞을 가리고 있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 넘겼다. 가느다란 은색 실타래가 춤을 추며 날렸다. 동시에 가려졌던 눈동자가 드러났다 머리카락에 다시 덮였다.
“무엇이 문제냐.”
서늘해진 음성은 아직 하지도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인 것만 같아서 솔루의 심장이 찌르르 아파왔다.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가 어떤 답을 하건 이 밤이 지나기 전에 들어야지만 답답한 가슴이 뚫릴 것 같았다.
“저를…… 저를 잠시라도…… 마음에 담으신 적이 없습니까?”
“음?”
태랑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생기는 것을 본 솔루는 목소리가 떨려왔지만 힘을 실었다.
“제가 잠깐이라도 태랑 님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적이 없냐고 묻고 있습니다.”
젖어가던 그녀의 눈망울이 또렷해졌다.
잠시라고 했다. 아주 잠깐이라고 했다. 이제는 저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좋은 적도 없었는지 묻고 싶었다. 그녀는 자꾸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며 마른침을 삼켰다.
착각이었다 해도 좋습니다. 지금은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 해도 좋으니 좋아했었다고 말해주십시오.
답을 기다리는 동안 호흡을 멈추고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침묵의 시간은 길고 조용했다. 방 밖의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음이 들릴 정도였다. 항상 그랬듯이 태랑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무심하게 아래로 내려앉았던 짙푸른 눈동자가 느른하게 떠지고 솔루를 똑바로 응시했다.
“없다.”
‘없다’라는 말이 이명처럼 그녀의 귓가를 울렸다.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긴장해서 빳빳하게 굳어 있던 어깨가 무너져 내렸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결국 작은 구슬처럼 흘러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