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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2231493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20장
종장
외전 1. 오래전 이야기
외전 2. 서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힘내라는 듯이 태랑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나가려던 설담의 등 뒤에서 거친 음성이 들렸다.
“내가, 그녀 없이 살 수 있으려나.”
답을 하려고 입을 벌렸던 설담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우물거리다 말았다.
“내 곁에 있어주길 원했던 이들은 결국 모두 떠나고 마네.”
자신의 부모도. 비인 솔루도.
원망 섞인 말이었으나 따지고 보면 모두가 제 탓이었다. 괴물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것도 모자라 마음까지도 괴물이 되어 있었다. 저 살자고 정직하게 자신을 사랑해줬던 솔루를 이용했다.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로 돌아간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지금 그녀와 나는 달라져 있었을까.
태랑이 두 손에 제 얼굴을 묻었다. 흔들리는 그의 어깨가 아이처럼 작아 보여 설담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 시각, 솔루는 침상에 앉아 태랑을 기다렸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을 놓아줄 수 없다던 그가 생각을 바꾼 건 감사한 일이었다. 그러나 태랑은 밤이 깊어져도 오지 않았다.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지만 몰려오는 피로를 견딜 수가 없었던 솔루는 설핏 잠이 들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머리는 쓰다듬는 감촉과 함께 들려오는 무거운 한숨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솔루야.”
그가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나의 비.”
나직이 속삭인 그가 콧등에 입을 맞췄다.
“하나뿐인…… 나의 비.”
이번엔 그의 입술이 솔루의 볼에 닿았다. 파르르하는 떨림에 그녀는 제 가슴까지도 떨리는 것 같아 숨을 죽였다.
“나만의…… 비.”
두 입술이 겹쳤다. 솔루는 이 입맞춤이 어떤 뜻인지 깨달았다.
내일이 지나면 볼 수 없기에, 영원한 헤어짐을 앞두고 있기에 그가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투둑. 얼굴에 떨어지는 뜨거운 물방울이 그녀의 눈물처럼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솔루는 천천히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입술이 떨어지자 양손을 들어 엄지로 태랑의 눈물을 닦아줬다. 그의 눈물을 보니 자신을 보내주는 것이 그로서는 얼마나 힘든 결정이었는지 조금은 알 듯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요.”
“…….”
“태랑 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
“다만, 태랑 님과 저는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계속 흐르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러니 잘 지내십시오.”
잘 지내라는 말에 태랑이 제 볼을 감싸 쥔 솔루의 손을 움켜잡아 입술에 댔다.
해국에서 나와 살면 안 되겠느냐.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
차마 할 수 없는 말들이 가시가 되어 태랑의 가슴을 찔렀다.
“좋은 분 만나셔서 행복해지세요.”
맑은 눈망울을 하고 진심으로 그의 행복을 바라는 솔루였다. 거짓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나의 여인.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자신을 다 내보였었다.
그런 너를 아프게 해서 벌을 받는 걸까.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아꼈는데.
너뿐이었는데.
흐윽, 하는 울음이 그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