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왕비

“의도적으로 한 일은 아니오.”
칼은 거친 숨을 내쉬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의도는 없었소….”

“사과할 필요 없어요.”
크레시다는 자신에게는 황홀했던 순간이 유감이 담긴 그의 말로 인해 퇴색되는 게 싫어 불쑥 말을 내뱉었다.
“키스는 내가 먼저 했어요.”
그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누군지 안다면 생각이 바뀔 텐데.”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는 이전과는 달리 어두운 표정이었다.

“미스터리한 느낌이 더 강해지는데요.”
크레시다는 다시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당신이 오늘 밤 여기서 하고 싶었던 게 그거요?”
칼은 낮은 소리로 말하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어두운 댄스플로어에서 낯선 사람에게 키스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