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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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어떤 옷을 입었는지 말해 봐.”

그는 권위적인 어조로 느리게 말했다.

“말로 설명하라고요?”

그녀는 목이 졸린 듯한 소리로 물었다.

“그래. 오늘 밤 뭘 입었는지 아주 자세히 말해 봐. 드레스인 것 같은데. 소재가 독특한. 실크는 아니고. 얇은 옷감이 좀 더 두꺼운 옷감에 포개진 것 같은데. 맞아?”

“네.”

“벗으면서 어떤 옷인지 자세히 말해.”

방 한가운데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라페는 그녀 너머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시선이 정확히 그녀에게 꽂혀 있다고 해도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드레스는… 빨간색이에요.”

샬럿은 더듬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지퍼를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는데 그것 또한 그녀의 말처럼 더듬더듬 걸리다가 내려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