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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35483196
· 쪽수 : 912쪽
· 출판일 : 2020-06-04
책 소개
목차
1권
1. ~ 13.
2권
14. ~ 28.
외전 1. 부부라는 이름으로
외전 2. 어느 멋진 날에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번 보자구. 네 그 잘생겼다는 남자 친구.”
“그, 그게 말이야…….”
“애기야!”
그때였다. 커다란 손이 불쑥 튀어나와 솔의 허리를 휘감고는 쑥 잡아당겼다.
모여 있던 동창들의 눈이 약속이나 한 듯 휘둥그레졌다. 몇몇 놀란 친구들이 입까지 벌리는 것을 보며 솔은 눈을 깜빡였다.
순식간에 솔을 품으로 끌어당겨 안은 주혁이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느릿하게 웃었다.
“한참 찾았잖아. 우리 애기, 전화도 안 받고.”
애기? 갓난아기?
이건 웬 쌍팔년도 멘트란 말인가?
반가움도 잠깐. 솔의 팔뚝에 정체 모를 소름이 돋았다. 고개를 기울여 솔과 눈을 맞춘 주혁의 잘생긴 미소가 느끼하면서도 어쩐지 소름 끼쳤다.
하지만 친구들, 그것도 여자 동창들의 얼굴이 왜 갑자기 얼빵해졌는지는 알 것도 같았다. 솔도 똑같은 표정이 돼 버렸으니까.
웬만한 모델 뺨을 연속 서너 대 후려칠 듯한 댄디한 재킷 차림의 주혁은 그만큼 멋있었다. 그가 나타난 순간 주위의 모든 남자들이 특색 없는 배경이 돼 버릴 만큼.
특유의 샤방한 미소를 홀리려는 듯이 머금고는 주혁은 솔의 허리를 잡은 손을 올려 그녀의 뺨을 감싸 쥐었다. 결코 부드럽지 않은 강력한 힘이었다.
“우리 애기, 보고 싶었어.”
“주, 주혁아?”
그의 커다란 손안에서 구겨진 얼굴로 솔은 더듬거렸다.
주혁은 한층 더 힘을 주며 솔의 얼굴을 거의 쥐어짜듯 조였다. 맞닿을 것처럼 그녀에게로 가까이 얼굴을 내린 주혁은 갑자기 씩 웃었다.
솔은 길거리 벤치에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두어 번 했다.
그렇게 있기를 한참, 마침내 용기를 낸 솔은 경건히 핸드폰 화면을 켰다. 주혁에게 전화를 연결하는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이 콩닥콩닥거려서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 한주혁이라는 남자와.
“주혁아.”
주혁이 전화를 받자마자 솔은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나, 할 말 있어.”
[어디야?]
“집 근처야.”
[카페에 들어가 있어요. 일 마치고 가면 1시간쯤 걸릴 거야.]
“아냐, 아냐. 나 그렇게 오래 못 기다려. 지금 말할게.”
용기가 사라질까 무서웠다. 수화기 너머로 주혁이가 미소 짓는 소리가 들렸다. 미소 짓는 소리까지 듣다니. 미치긴 미쳤나 보다. 솔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나, 너랑 사귈래!”
용기가 사라지기 전에 냅다 소리쳤다. 말하고도 부끄러워 솔은 눈을 질끈 감았다.
“너랑 연애할래. 사귈 거야. 그러자.”
단숨에 말했다. 몹쓸 자격지심이 또다시 그녀를 주저하게 만들기 전에 말이다.
“건전하고 사심 없는 거 말고, 불건전하게 만나겠어!”
[…….]
침묵이 길어졌다. 벅찬 마음을 밀어내고 뻘쭘함이 그 자리를 메울 때까지 주혁은 말이 없었다. 솔은 전화기를 귀에서 떼어 통화 중이란 걸 다시 확인했다. 살짝 불안해졌다. 너무 재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했나? 없어 보였나? 불건전하게 만나자는 말은 하지 말걸.
[30분 내로 갈게.]
이윽고 들린 음성은 낮았다. 그 기다림 동안 부정맥으로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침착한 목소리에 솔은 조금 당황했다.
“내가 한 말 들었어? 들었지?”
[확실히. 좋아요. 불건전하게…….]
역시나 저 말은 하지 말걸. 솔은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렸다.
“……진짜 조, 좋아?”
[미칠 만큼.]
그제서야 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절로 배시시 웃음이 터졌고 몸이 비비 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