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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36234414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0-05-25
책 소개
목차
제1화 비, 까진 뒤꿈치, 우렛소리 ― 아키즈키 타카오
제2화 부드러운 발소리, 천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 사람에게는 누구나 조금씩 이상한 면이 있다 ― 유키노
제3화 주연 여배우, 독립과 머나먼 달, 10대의 목표는 작심삼일 ― 아키즈키 쇼우타
제4화 장마 초입, 먼 산봉우리, 달콤한 음성, 세상의 비밀 그 자체 ― 아키즈키 타카오
제5화 자줏빛 찬란한, 빛의 정원 ― 유키노
제6화 베란다에서 피우는 담배, 버스에 타는 그녀의 뒷모습,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 이토 소이치로
제7화 동경하던 단 하나의 것, 비 오는 날 아침에 눈썹을 그리는 것, 그 순간 벌이라고 생각한 것 ― 아이자와 쇼우코
제8화 내리지 않아도, 물 밑의 방 ― 아키즈키 타카오
제9화 말로는 못 하고 ― 유키노 유카리와 아키즈키 타카오
제10화 어른은 따라잡지 못할 속도, 아들의 연인, 색이 바래지 않는 세상 ― 아키즈키 레이미
에필로그 더 멀리 걸을 수 있게 되면 ― 아키즈키 타카오와 유키노 유카리
작가 후기
해설
리뷰
책속에서
비에 젖은 은행잎 사이로 늘 비를 피하곤 하던 정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정자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있을 리 없는 무엇인가를 본 기분이었다. 타카오는 정자를 향해 걸었다. 나무 이파리들을 지나자 정자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정장을 입은 여자였다.
타카오는 멈추어 섰다.
캔 맥주를 입에 대고, 어깨 위까지 내려오는 단정하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여자가 가만히 그를 돌아보았다.
한순간 눈이 마주쳤다.
이 비는 곧 그칠지도 모르겠구나. 그 순간 근거 없이 타카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말을 마치기 전에 자리를 떴다. 우산을 펴고 정자를 나와 빗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우산이 하늘의 소리를 전하는 스피커로 변해 빗소리를 귓가에 전해 주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소년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걸었다. 이제 눈치챘을까. 짓궂게 생각하며 작은 돌다리를 건너 정원 출입구로 향했다. 나무에 가려서 내 모습은 더 이상 안 보이겠지. 그래도 오늘은 즐거웠어. 유키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오늘 하루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맑아졌던 기분이 다시금 끄물거리며 잿빛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