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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39703627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2-04-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바다가 나를 살렸다
뼛속까지 섬집 아기
K-장녀의 방은 없었다
의대 사관학교 상산고에서 뜬금없이 해양대로?
대가리 박아!
수능 망쳤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지옥 같았던 여름방학 해양훈련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첫 항해
토하면서 수업하기
외국에서 연예인 되기
바이킹의 후예와 장보고의 후예
무너졌던 자존감을 세워준 바다
남들 다 하는 건 재미없지!
2 바다의 심장을 만지다
슬기로운 의사 같은 선박 기관사 생활
선박 기관사가 대체 뭐 하는 직업이야?
화장이 뭔가요?
기관실 소음 ASMR
바다 위에선 타이타닉 보지 맙시다
30명 중 29명이 남자인 세상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직업
선박 기관사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
고소공포증에는 금융 치료가 답이지
싱그러운 바닷바람은 개뿔!
상사 옆집으로 퇴근합니다
해기사 버전 《기생충》
3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
입영열차 타고 떠난 그녀
바다 위에서 연애하는 법
유재석 안 부러운 부캐 부자
태평양 시계는 선장님 마음대로
파도를 넘나드는 주식 열풍
생리, 그 참을 수 없는 불편함
인생 책 『라틴어 수업』
부모님이 배에 오신 날
태풍이 불 때는 말입니다
러닝머신으로 서핑 해봤니?
강제로 아날로그
당연한 것의 소중함
무늬만 선박 기관사, 사실은 잡부
해적이 나타났다!
망망대해에서도 아이돌은 끊을 수 없어
4 바다, 그 심연 속으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비결
바다에서도 코로나는 피할 수 없다
진정한 뱃사람이 되려면
적도를 지나며
미치도록 그리운 스타벅스 커피
인종차별도 막지 못한 기쁨
태평양의 밤하늘
죽은 영혼과의 조우
위대한 롤모델, 여성 최초 기관장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 있었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부록 Tip : 선박 기관사 되는 법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왜 소현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지 생각해봤다. 처음엔 단순히 뾰족한 글감을 찾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쓰면 쓸수록 마음속 더 깊은 근원으로 내려갔다. 그 속엔 나의 욕망이 있었다. 욕망은 바다에 대한 애정, 지나간 20대에 대한 미련, 못 가본 길에 대한 후회 등 다양하게 모습을 바꾸며
얼굴을 드러냈다.
남의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쓰고 난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이 책은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쓰면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 자신을 만났다. 인생의 방향타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나를 잡아줄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는데 뜻밖에 소현의 모습에서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을 발견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믿는 자신감이었다.
타고난 머리만 믿고 게으름 피우는 일도 없었다. 성실함이 최고의 장점이라고 부모님도 인정할 만큼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는 법 없는 모범생이었다. 재능과 노력으로 무장한 소현에게 적수는 없었다. 이름보다 ‘전교 1등’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였다. 물론 그중에서도 수학은 가장 자신 있었다.
그러니 수재들의 집합소인 상산고에 원서를 넣은 건 당연했다. 상산고는 대치동에서 세 살부터 사교육에 둘러싸여 준비한 아이들도 족족 떨어진다는 자타공인 최고의 명문이었다. 강남 한복판이 아닌 경기도 외곽 출신에 고액 과외 한 번 받아본 적 없었지만 높은 성적으로 당당하게 상산고에 합격했다. 상산고는 ‘의대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졸업생 대부분이 의대로 진학한다. 부모님은 딸이 벌써 의사라도 된 것처럼 기뻐했다. 자신감이 충만한 소현도 그대로 졸업해 의사가 될 줄 알았더랬다.
그런데 인생이 항상 그렇게 장밋빛일 리는 없었다. 1학년 첫 학기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첫 시험부터 전교 꼴찌에 가까운 점수가 나왔다. 충격이었다. 몇 번이나 성적표를 다시 봤지만 세 자리 수는 그대로였다.
처음부터 배를 타겠다고 결심하고 대학 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 배운 전문 지식을 실제로 써먹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는 있었지만 ‘설마 내가 바다로?’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러다가 3학년 때 회사 실습을 다녀오면서 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직접 배를 타자 수업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달달 외운 것들이 생명력을 갖추고 살아나기 시작했다. 책으로만 확인했던 이론들이 보란듯 걸어나와 현장에서 기기를 고치는 데 쓰인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예를 들어, 전공 서적에 ‘부하가 많이 걸리면 Amp(암페어, 즉 전류치)가 올라간다’는 문장이 있었다. 부하가 뭔지, 암페어가 뭔지도 모른 채 문장을 통째로 외워두긴 했다. 그런데 배에 타서 보니 기계에 문제가 있거나 로드가 많이 걸리면 정말로 암페어 지시값이 평소보다 올라갔다. 기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컨디션이 바뀌었다는 걸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였다. 그런 것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벌어진다는 게 짜릿했다.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