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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40803989
· 쪽수 : 752쪽
· 출판일 : 2022-12-15
책 소개
목차
1권
제1장. 첫사랑이 돌아왔다
제2장. 악연
제3장. 생각지 못한 제안
제4장. 신경전
제5장. 그 남자의 정체
제6장. 네가 그리운 밤
제7장. 질투
제8장. 고백
제9장. 먹고 싶은 것
제10장. 출장 파트너
제11장. 따뜻한 키스
제12장. 공격
2권
제13장. 네가 불행하지 않으면 좋겠어
제14장. 좋아해
제15장. 은밀한 사내 연애
제16장. 반격
제17장. 말하지 못했던 진실
제18장. 우리의 끝
제19장. 그리고, 시작
외전 1.
외전 2.
특별 외전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강다현 대리는 나 좀 봅시다.”
승준이 제 발목을 잡았다.
의자에 기대앉아 있는 승준은 모두가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 눈빛을 읽었는지 모두들 후다닥 회의실에서 사라졌다. 물론 어서 꺼지라는 그의 시선이 없었어도 죄다 도망쳤을 것이다.
자신들을 잡아먹을 맹수와 마주 앉아 있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다들 본능적으로 알 테니까.
마지막으로 김 주임까지 나가고 나자 회의실이 금세 조용해졌다. 하필 김 주임이 문까지 곱게 닫고 나가는 바람에 승준과 단둘이 한 공간에 남았다는 게 또렷이 느껴졌다.
승준에게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숨이 자신을 향해 손을 내뻗는 느낌이었다. 제 마음이 하릴없이 물러지도록.
어차피 승준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다현은 순순히 제자리에 앉았다. 그와 같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앉아 있는 쪽이 나았다.
어떤 헛소리든지 한번 떠들어 봐라.
다현은 딱, 그런 표정이었다.
“하실 말이 뭐예요?”
“출근하고 단둘이 있던 적 없는 것 같아서.”
“본부장하고 부하 직원이 따로 있을 일이 있나요?”
“음…….”
“저는 보고할 것도, 진행하는 사안도 없어서요. 용건 없으시면 밖에 나가서 업무 보겠습니다.”
승준과 마주 보고 앉아 있느니 홈페이지를 몇 번 더 훑는 쪽이 나았다. 최소한 상품 정보를 머릿속에 더욱 많이 담아 둘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인생이란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많은 법이다.
특히 이 회사라는 곳에서는 더더욱.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승준이 자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승준의 눈동자에는 순순히 자신을 보내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일렁거렸다. 그에게 붙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발버둥을 칠수록 자신을 더 옭아매는 올가미처럼 그는 더욱 꽉 제 손목을 붙잡았다. 절대로 이 손목을 놓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나쁜 짓이 조금 하고 싶어졌다면?”
뭘 하겠다고?
“너하고, 지금 여기서.”
다현이 다시금 묻기도 전에 뒷말이 날아들었다. ‘허!’ 하고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쏟아 냈다. 농담이라고 해도 불쾌했다. 기가 막히다는 제 반응에도 그의 동공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이 절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듯이.
사무실에서 스릴이라도 즐기는 괴팍한 취미라도 생겼나? 제가 대학 때처럼 자신의 말이라면 다 좋다고 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애석하게도 순진했던 그때의 자신은 죽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을 떠나 버린 그 남자에게 받았던 상처가 너무 커서, 힘든 시절을 혼자 버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직권 남용하시는 것도 자제해 주세요. 제가 생각보다 신고 정신이 아주 투철하거든요. 녹음해서 여기저기 뿌리기 전에 그만두세요.”
“신고 정신이 투철한 건 마음에 드네.”
“본부장님이 웃을 때가 아니실 텐데요. 여기서 성희롱 상사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세요.”
“내 걱정 해 주는 거야?”
“경고하고 있는 거야. 까불지 말라고.”
다현이 이를 바득 물고는 대답했다.
“지렁이 밟으면 얼마나 지랄 발광을 하는지 똑똑히 보여 줄 테니까.”
뾰족한 가시를 한껏 세우고 자신을 보호했다. 누구도 자신을 보살펴 줄 수 없다는 걸 알아 버린 나이였다. 이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을 것이다. 날 도울 사람이라고는 내가 전부니까.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
“따로 지시 사항 없으신 것 같으니 나가 보겠습니다.”
“도망가는 거야?”
“제가 도망을요? 잘못 아셨겠죠. 제가 도망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그건 제 전문 아니기도 하고요.”
승준이 바란 게 바로 이렇게 제가 뾰족하게 구는 것인지도 몰랐다. 제가 과거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그걸 아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터져 버린 댐처럼 씁쓸한 말이 계속 터져 나왔다.
“도망가는 거, 차 본부장님 전문이시잖아요.”
날 버린 건 너다.
좋았던 순간을 모두 버리고 딴 여자하고 즐겁게 떠났던 것도 너다.
그게 행복이라며, 각자 분수에 맞게 살자고 사람을 할퀴었던 것도 내가 아니라 너다.
“맞아. 내 전문이었지.”
열받는 건 제 마음은 이렇게 거적때기가 되어 버렸는데, 승준은 너무도 평온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잘못까지 더럭 인정해 버려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회사 구경은 이따가 하자. 일단 부속계약서에 사인부터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네 마음이라도 변하면 곤란하잖아.
부속계약서를 내민 승준의 눈빛이 또렷이 읽혔다.
여기서 사인을 끝내면 빼도 박도 못하게 될 거란 건 안다. 그게 다현을 잠시 멈칫하게 만들었지만 마음을 돌릴 이유는 안 됐다.
다현이 시작도 전에 걱정하지 말자 생각하며, 부속계약서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