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배 작품집 글자, 그림이 되다

나는 전문 고수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판소리 듣기를 좋아하고 관심도 많았으나 정작 판소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는 자괴감에 장단만이라도 알고 들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판소리 북장단을 배우기 시작한 아마추어 고수다. 고헌 나창순 선생에게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약 12년 간 살풀이춤 장구 장단을 비롯해 소리북 치는 법을 한눈팔지 않고 올곧게 배웠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스승의 극진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겪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이처럼 판소리 북장단의 기법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게까지 되었다. 모쪼록 부족한 이 책이 판소리 고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이며, 비록 적은 힘이나마 앞으로 스승의 연구를 뒤이어 바르고 체계적인 판소리 북장단의 정립과 전승에 힘쓸 생각이다. 격렬하게, 때론 사색적으로 생을 음미하듯 그렇게 북장단을 즐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판소리를 가깝게 만날 수 있게끔 어렵겠지만 재능 있는 소리꾼과 작은 소리판을 자주 벌이는 일에도 마음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