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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2048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5-05-1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007
1부 인우 _009
2부 해성 _077
3부 인우 _107
4부 요한 _140
5부 인우 _167
6부 말리 _207
7부 인우 _240
에필로그 _274
작가의 말 _27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김실장은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의뢰인용 계약서를 반듯하게 두 번 접어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인우를 향해 내밀었다.
“아기가 없는 사람한테 아기를 주고, 돈이 없는 사람한테 돈을 주고. 서로 돕는 거죠. 가치 있는 일이지. 공덕이란 회사 이름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다 공덕을 쌓는 거예요.”
인우는 봉투를 받아들며 김실장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없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차논은 잠시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차논의 남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돈을 위해서 이 일을 해요. 추가 비용을 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돈으로 나를 ……”
통역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단어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착취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단어가 적절하게 통역된 것인지를 따지기도 전에 인우는 차논을 향해 양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럴 마음은 없어요.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저 어려운 부탁을 하는 거니 추가 비용을 드린다는 거예요.”
그 아이가 거기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인우는 자신의 배를 가만히 쓰다듬어보곤 했다. 그러면 놀랍게도 아이의 기척이 느껴졌다.
임신도 하지 않은 배가 요동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가슴이 단단해졌으며 유두가 옷에 쓸려서 쓰라렸다. 평소엔 가만히 누워 있기만 했다. 딸기가 떨어졌을 때 동네 마트에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밖에 나가지 않았고, 집안에서도 천천히 걸었다. 잠이 안 올 때 한 잔씩 마시던 와인을 끊었고, 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지석에게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손님용으로 꾸며놓은 방에서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