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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41602529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5-06-30
책 소개
목차
1부 포크들 _007
2부 수달 _025
3부 못 _115
4부 각자의 영원 _225
작가의 말 _24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재이가 생각하기에 좋아하는 감정에는 호기심이, 사랑하는 감정에는 미움이 담겨 있는 듯했다. 엄마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사랑했고, 율리 아줌마도 아저씨를 사랑했다. 사랑하니까 점점 미워지는 거지.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데, 그럼 내가 밉기도 할까? 왜 미울까? 재이는 늘 엄마의 마음이 궁금했다. 미움보다 궁금함이 크면, 아직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기보다 좋아하는 쪽에 가까울까?
재이는 포크를 내려놓고 엄마가 엄마만의 방식으로 자기를 챙겨주는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들 책을 사주고, 노트를 검사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도록 오븐과 가스레인지, 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컴퓨터와 핸드폰 사용법을 일찌감치 가르쳐준 일들이 먼저 생각났다. 한편으로는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지고, 해마다 생일상을 차려주는 평범한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떠날 사람처럼 굴지 않았으면. 조금 더 나와 시간을 보내줬으면. 나중에 모른 척하지 말고 다 갚아야 한다고 생색을 내도 좋으니, 남들보다 나를 좀더 봐줬으면……
가족의 문제는 식탁에서 푸는 거라고, 엄마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게 식구라는 말의 의미이고, 다툰 뒤에도 꼭 같이 끼니를 먹어야 한다고. 마음에 뿔이 나서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 날에도 재이와 형은 식탁에 나란히 앉아야 했다. 엄마는 한번 정한 규칙을 강박적으로 지켰다. 집밖에 나서지 않고부터는 규칙이 규칙을 불러 규칙을 지키는 일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듯했다.



















